그 딜레마와 지혜
예산 있으니 구매 승인 부탁드립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요청 앞에서 '불가' 판정을 내려야 하는 구매담당자의 현실.
동료의 필요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우리는 단순한 Gate Keeper를 넘어 현명한 조율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결론: 거절 이유 설명보다 요청 배경 이해가 우선입니다.
품의서 한 장에는 동료의 업무 목표와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승인/반려 결정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들은
구매 목적("이 원료/장비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시나요?"),
긴급도("언제까지 필요하신가요?"),
그리고 대체재 검토("기존 보유 자원으로 해결 불가능한가요?") 이다.
핵심: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이해하고, 그 다음 제약사항을 설명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결론: "안 됩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됩니다"로 프레임을 전환하세요.
기존의 "규정상 불가능합니다"는 "현재 절차로는 어렵지만, 이런 방법들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로 바꾸고, "예산 초과입니다"는 "할당된 예산 내에서 이 목표를 달성할 다른 방안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로 전환하며, "승인권자가 없습니다"는 "승인 경로를 확인해서 가능한 루트를 안내드리겠습니다"로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실무 적용: 제약사항 설명 후 반드시 대안 3가지 이상 제시하여 선택권을 주세요.
결론: 일방적 결정 대신 공동 탐색을 제안하세요.
3단계 접근법:
1단계: 문제 재정의 - "구매 승인"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 방안 찾기"로 관점을 전환하고,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포지션을 선점합니다.
2단계: 창조적 대안 모색 - 기존 재고 활용 가능성, 타 부서 보유 자원 공유 방안, 리스/렌탈 등 구매 외 조달 방식, 단계별 분할 구매를 통한 리스크 분산, Vendor 협상을 통한 조건 개선 등을 검토합니다.
3단계: Win-Win 솔루션 도출 - 동료의 목표 달성과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만족하는 방안을 선택합니다.
예산 제약 시: "현재 예산 상황으로는 전체 구매가 어렵지만, 가장 시급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선순위를 정해주시면 그에 맞는 구매 계획을 세워보겠습니다."
규정 위반 시: "현재 절차로는 바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위한 특별 승인 프로세스가 있으니,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함께 진행해보겠습니다."
공급사 리스크 시: "이 업체에 대한 실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검토 기간 동안 대체 공급사도 함께 알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구매담당자의 진짜 자산은 신뢰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규정 집행, 비용 절감, 리스크 회피에 집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내 신뢰도 구축,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 혁신을 위한 합리적 도전 지원이라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핵심: "No라고 말하되, 함께 Yes를 찾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하세요.
구매담당자는 회사의 합리성과 동료의 열정이 만나는 접점에서 지혜로운 균형을 만들어내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무작정 떼쓰는 동료, 규정만 반복하는 상급자, 결재라인에서 눈치만 보는 팀장, 그리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때로 외롭고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한 명씩. 한 건의 품의서씩. 작은 신뢰를 쌓아가며 조직 안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진짜 가치일 것입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될까'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 피터 드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