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는 줄고 있다.
성공적인 공급망 관리(SCM)는 잘 짜인 프로세스나 첨단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 전략을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과 '팀'입니다.
기업의 성장통은 SCM 조직의 성장통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 초기, 고군분투하던 실행가 한 명으로 충분했던 팀이 언제 전문가 조직으로 변모해야 할까요? 또, 안정된 조직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요?
제가 고민했었던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SCM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그 핵심적인 팀 빌딩 전략을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단계의 SCM은 '관리'가 아닌 '실행' 그 자체입니다.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팀의 목표: 어떻게든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한다. 즉, '실행'과 '생존'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최적화나 효율은 다음 단계의 과제입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팀이라기보다는 창업 멤버 중 한 명이거나, 최초로 채용된 1인 담당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한 인재는 만능 해결사(Generalist)입니다. 소싱, 발주, 입고, 출고, 배송사 계약 등 공급망의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에서 답을 찾아내는 문제 해결 능력, 소량 주문에도 굴하지 않고 공급사를 설득하는 협상력과 끈기가 가장 중요한 역량입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조직 구조라고 할 것이 없는, 대표와 직접 소통하는 매우 수평적인 형태입니다. '일단 해보자(Do-it-now)'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정해진 프로세스보다는 빠른 실행과 임기응변이 우선시됩니다.
매출이 급증하며 1인 담당자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기입니다. 기능별 전문가를 채용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팀의 목표: 급증하는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프로세스 정립'입니다.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공급망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최초의 'Generalist'는 팀장 역할을 맡게 되고, 기능별 전문가를 영입하기 시작합니다.
구매/소싱 전문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 공급사를 다변화하고, 늘어난 물량을 기반으로 원가 협상을 주도합니다.
물류/운영 전문가: 창고 운영을 효율화하고, 3PL 파트너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배송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수요/재고 계획 담당자: 엑셀을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 재고 기준을 수립하기 시작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구매', '물류' 등 기능별로 역할이 나뉜 팀 구조가 형성됩니다.
'Just Do It'에서 'Do It Right'으로 문화가 전환됩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표준 운영 절차(SOP)를 만들고, 협업을 위한 규칙을 정립하는 시기입니다.
시장이 안정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SCM은 비용 절감을 넘어 비즈니스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팀의 목표: 전사적 관점에서의 '공급망 최적화'와 '수익성 극대화'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공급망을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팀은 더욱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데이터 분석가/과학자: SCM 전반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비효율을 찾아내고, 수요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며, 재고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합니다.
프로세스 혁신(PI) 전문가: 공급망 전체의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신기술 도입이나 구조 개선 프로젝트를 리드합니다.
S&OP 매니저: 영업, 마케팅, 생산 등 유관부서의 계획을 조율하여 전사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합니다.
팀 리더는 실무 역량을 넘어, 재무적 관점과 전략적 사고를 갖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기능별 조직을 넘어, 특정 제품 라인이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매트릭스 조직이 도입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문화가 완전히 정착됩니다. 부서 간의 긴밀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팀의 목표: 기존 사업의 '손실 최소화'와 신사업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지원'이라는 이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팀은 두 개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팀, 다른 하나는 신사업을 개척하는 팀입니다.
재고 관리 및 처분 전문가: 악성 재고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공급망을 축소하는 과정의 충격을 최소화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PM): 신사업의 공급망을 '창업기'처럼 맨바닥부터 빠르게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팀 전체에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구조조정이나 역할 변경 속에서 팀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비전을 향해 팀원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기존의 거대 조직은 슬림화되고, 신사업을 위한 작고 빠른 애자일(Agile)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띨 수 있습니다.
혼란 속에서도 핵심을 잃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유일한 상수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팬데믹, 지정학적 위기,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한 변수가 아닌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SCM 팀은 바로 이 불확실성의 최전선에 서 있는 조직입니다.
외부의 충격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신경계와도 같습니다. 창업기의 만능 해결사에서 성장기의 전문가로, 성숙기의 전략가로 진화하는 팀 빌딩의 여정은 단순히 회사의 성장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맞서 생존하고, 나아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능동적인 조직적 진화 그 자체입니다.
결국 가장 강력한 SCM을 갖춘 기업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공급망을 가진 곳이 아니라, 어떤 위기 속에서도 그것을 더 빠르고 현명하게 재건할 수 있는 '팀'을 가진 곳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