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단계별 SCM, 우리 회사는 어디쯤 와있을까?

내 키는 줄고 있다.

by 구매가 체질

성공적인 공급망 관리(SCM)는 잘 짜인 프로세스나 첨단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 전략을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과 '팀'입니다.


기업의 성장통은 SCM 조직의 성장통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 초기, 고군분투하던 실행가 한 명으로 충분했던 팀이 언제 전문가 조직으로 변모해야 할까요? 또, 안정된 조직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요?


제가 고민했었던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SCM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그 핵심적인 팀 빌딩 전략을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창업 및 도입기: 만능 해결사 (The Generalist)


이 단계의 SCM은 '관리'가 아닌 '실행' 그 자체입니다.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팀의 목표: 어떻게든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한다. 즉, '실행'과 '생존'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최적화나 효율은 다음 단계의 과제입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팀이라기보다는 창업 멤버 중 한 명이거나, 최초로 채용된 1인 담당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한 인재는 만능 해결사(Generalist)입니다. 소싱, 발주, 입고, 출고, 배송사 계약 등 공급망의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에서 답을 찾아내는 문제 해결 능력, 소량 주문에도 굴하지 않고 공급사를 설득하는 협상력과 끈기가 가장 중요한 역량입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조직 구조라고 할 것이 없는, 대표와 직접 소통하는 매우 수평적인 형태입니다. '일단 해보자(Do-it-now)'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정해진 프로세스보다는 빠른 실행과 임기응변이 우선시됩니다.


2. 성장기: 전문가 군단 (The Specialists)


매출이 급증하며 1인 담당자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기입니다. 기능별 전문가를 채용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팀의 목표: 급증하는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프로세스 정립'입니다.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공급망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최초의 'Generalist'는 팀장 역할을 맡게 되고, 기능별 전문가를 영입하기 시작합니다.

구매/소싱 전문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 공급사를 다변화하고, 늘어난 물량을 기반으로 원가 협상을 주도합니다.

물류/운영 전문가: 창고 운영을 효율화하고, 3PL 파트너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배송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수요/재고 계획 담당자: 엑셀을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 재고 기준을 수립하기 시작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구매', '물류' 등 기능별로 역할이 나뉜 팀 구조가 형성됩니다.

'Just Do It'에서 'Do It Right'으로 문화가 전환됩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표준 운영 절차(SOP)를 만들고, 협업을 위한 규칙을 정립하는 시기입니다.


3. 성숙기: 전략가 그룹 (The Strategists)


시장이 안정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SCM은 비용 절감을 넘어 비즈니스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팀의 목표: 전사적 관점에서의 '공급망 최적화'와 '수익성 극대화'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공급망을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팀은 더욱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데이터 분석가/과학자: SCM 전반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비효율을 찾아내고, 수요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며, 재고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합니다.

프로세스 혁신(PI) 전문가: 공급망 전체의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신기술 도입이나 구조 개선 프로젝트를 리드합니다.

S&OP 매니저: 영업, 마케팅, 생산 등 유관부서의 계획을 조율하여 전사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합니다.

팀 리더는 실무 역량을 넘어, 재무적 관점과 전략적 사고를 갖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기능별 조직을 넘어, 특정 제품 라인이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매트릭스 조직이 도입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문화가 완전히 정착됩니다. 부서 간의 긴밀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4. 쇠퇴기 또는 전환기: 변화 관리자 (The Change Agents)


기존 사업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뒷받침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됩니다.


팀의 목표: 기존 사업의 '손실 최소화'와 신사업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지원'이라는 이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팀 구성과 필요 역량:

팀은 두 개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팀, 다른 하나는 신사업을 개척하는 팀입니다.

재고 관리 및 처분 전문가: 악성 재고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공급망을 축소하는 과정의 충격을 최소화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PM): 신사업의 공급망을 '창업기'처럼 맨바닥부터 빠르게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팀 전체에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구조조정이나 역할 변경 속에서 팀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비전을 향해 팀원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기존의 거대 조직은 슬림화되고, 신사업을 위한 작고 빠른 애자일(Agile)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띨 수 있습니다.

혼란 속에서도 핵심을 잃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유일한 상수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팬데믹, 지정학적 위기,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한 변수가 아닌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SCM 팀은 바로 이 불확실성의 최전선에 서 있는 조직입니다.

외부의 충격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신경계와도 같습니다. 창업기의 만능 해결사에서 성장기의 전문가로, 성숙기의 전략가로 진화하는 팀 빌딩의 여정은 단순히 회사의 성장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맞서 생존하고, 나아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능동적인 조직적 진화 그 자체입니다.


결국 가장 강력한 SCM을 갖춘 기업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공급망을 가진 곳이 아니라, 어떤 위기 속에서도 그것을 더 빠르고 현명하게 재건할 수 있는 '팀'을 가진 곳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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