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우연히
나보다 몇 배나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그를 바라보다
그에 대한 연민인지
나에 대한 위로인지 모를
눈물이 솟구친다
모진 운명 끌어안고
담담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너머로
오래전 걸어 두었던
마음의 빗장 하나 풀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떤 날은
누군가의 짐을 대신 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누군가의 짐이 되어 사는 것이
연약한 우리 인생인데
인생의 고비마다 만나는 짐을
불평하고 원망하는
부끄러운 처신은
이젠 그만 줄여 가야겠다
그의 쇠잔한 어깨가
무사히 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라는
탄식 같은 기도가
낯선 거리에서 절로 절로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