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향을 좋아한다는 나의 말이
장미 향을 좋아하는 당신에 대한
비난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 태어난 계절이 다르고
유년을 보낸 골목길이 다르기에
저마다의 슬픔에 맞는
꽃향기가 다를 뿐입니다
라일락 가득한 봄날에
사랑을 잃어버린 건
내 운명입니다
바람 많은 언덕에 태어나
꿈보다 높은 벽에 갇혀
슬픔을 달래며 살아야 했던 것도
내 운명입니다
당신과 다른 운명 탓에
외로운 날 찾아가는 장소가 다르고
그리운 날 부르는 노래가 다를 뿐입니다
나의 봄이 라일락 향으로 충분하듯
당신의 봄도 장미 향으로 충분하길 기도합니다
세월 지나 서로의 향으로 익어 간
고운 사람이 되어
우연한 봄날 다시 만난다면
반가워 우린 손 마주 잡고
함빡 웃을 수도 있을 겁니다
세월을 이겨 낸 향기로운 詩 하나
보란 듯이 꺼내어
서로의 가슴을 위로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