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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기도

by 정용수

산꼭대기에 배를 지은 지

백 이십여 년

그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비가 옵니다.


약속하신 심판의 홍수로

보란 듯이 방주가 떠오른다면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미친 노아라 조롱하지 않겠지만

내 주께 구하오니

이 비를 한번만 멈추어 줄 수는 없으신지요.


커다란 배 쓸모없이

산 위에 덩그렇게 남아

어리석은 노아라

세상 사람들 내 이름

영영히 조롱하게 될지라도,


산꼭대기에 배를 짓던 지독한 수고,

가슴 터질 것 같은

억울한 오해의 아픔도

이젠 내려놓겠습니다.


이 땅 위에 내 이름 없어도 좋습니다.

하나님이 불러주신 당대의 의인 노아

자랑스러운 내 이름 감춰져도 좋습니다.


이 비 멈추어 목이 곧은 백성

다시 한 번 주께로 돌아가는

구원 날 허락된다면

하나님, 저는 괜찮습니다.

저는 잊혀져도 괜찮습니다.


엎드려 구하오니

이 백성 다시 한번 용서하사

멸망의 자리에 서지 않도록

이 비를 멈추어줄 수는 없으신지요.

한 번만 더 저희를 참아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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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수고 끝에 방주가 만들어 지고, 심판의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노아는 하나님께 어떤 기도를 드렸을까...

비록 자신의 오랜 수고가 물거품이 될지라도, 심판의 홍수를 멈추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을까..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들의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기도하셨던 예수님처럼 노아도 그렇게 기도하지 않았을까..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 용서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이름 높이기에 바쁜 오늘 한국 교회의 모습이 너무 낯설고 안타깝기만 하다.

범죄 한 이스라엘 민족의 심판을 막기 위해 생명책에서 자신의 이름을 제하여 달라던 광야의 모세처럼,

이 땅의 회복과 민족의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겸손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시대 가운데 더욱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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