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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의 기도

by 정용수

당신과 나의 거리를 재어 봅니다

상처받지 않을 만큼

책임지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필요할 때만 당신을 찾는

부끄러운 나를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당신 안에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너무 커서

당신의 용서가 너무 커서

때론 넘어져 낭떠러지를 굴러도

난 여전히 당신 안에 있습니다


성실치 못한 내 노동으로도

일용한 양식을 얻을 수 있는 건

당신의 계획이 성실한 탓입니다


밤마다 낙심으로 잠들어도

날마다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는 건

날 용서하신 당신 사랑이

한없이 크신 이유입니다


당신께 다가서는 부끄러운 한 발자국에도

그렇게 기뻐하시는 당신의 간절한 기다림 앞에

난 언제쯤 온전한 사랑 고백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나라 문밖에 서서

오늘도 발만 동동거리는

철없는 탕자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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