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빚

by 정용수

살다 보면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도움과 사랑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도 다 갚아야 할 빚이라며 부담스러워 하지만

연약한 우리네 인생 가운데 서로 사랑의 빚을 지고 갚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행운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요.

서로의 소중한 것을 기쁜 맘으로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 인생의 자랑이 아닐까요.


몇 년 전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 큰 금액의 조의금을 보내서

놀라게(?) 했던 친구가 지난주 아들 결혼식을 치루었습니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나도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의

축의금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도 그때 이런 마음으로 부조를 했겠구나 생각하니

그의 고마운 진심이 다시 한번 묵직한 감동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도움을 받지도, 주지도 않는 깔끔한(?) 인간관계를

지혜로운 인생인 것처럼 여기며 사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소 무거워 보여도, 서로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빚을 기꺼이 나누며 사는 인생을 저는 살고 싶습니다.


나 하나만의 이익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고 한들

우리 인생에 뭐 그리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겠습니까...

베푼 사랑만이 남습니다.

고마운 마음만이 오래 오래 남습니다.

사랑의 빚 지기를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그 사랑의 빚을 다 갚지 못하고 떠나더라도 괜찮습니다.

사랑을 베푼 사람은 또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했을 테니까요.


나란히 걷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살아도

여전히 나의 동행임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가슴 속 불씨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한 사람을 가진 것 만으로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성급한 관계의 단절을 통해

혼자만의 편안함만 추구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행한 삶인 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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