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사랑

by 정용수

일본의 어느 가정에

홀로 된 시아버지를 모시기 싫어하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외아들인 남편은 아내의 계속된 호소에

결국, 아버지와의 별거를 선택했습니다.


얼마 후 장모가 암에 걸렸습니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내가 아버지를 버린 이상

장모와 함께 살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아들 내외에게 버림받은 상실감을 갖고 사는 아버지.

암에 걸려도 병문안을 오지 않는 사위를 증오하는 장모.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만 키워 가는 남편과 아내.


좀 더 행복해지려고 한 선택이

오히려 모두를 지옥에 살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성실이 실종되었을 때

우리의 모습도 이러할 것입니다.


사랑은 기꺼이 그의 아픔을 이해하고 용납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우리가 부족하고, 연약하기에 사랑이 필요하고

그래서 사랑은 소중한 것일 텐데...


좋은 날만 함께 하는 사람을

누가 사랑이라고 하겠습니까.


궂은 날에 내 곁에 남아

함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사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오늘 우리 사회엔 가볍고 이기적인 사랑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을 희생하려는 성실함이 없는 눈 먼 사랑은

또 다른 인생의 무거운 짐일 뿐입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임을

우린 얼마나 알고 살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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