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는 게 사람의 일이다

by 정용수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우린

부모를 떠나보내며 어른이 된다


건장하던 몸이 세월 앞에

속절없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우린 지켜야 할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의

경계를 구별하게 된다


떠나는 순서를 알 수도 없고

안다 한들 붙잡아 둘 수도 없는

유한한 삶을 마주하며

슬픔과는 결이 다른 안쓰러움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게 된다


내가 떠나는 날의 장면을 상상해보다

묵묵히 내 일상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들의 고마움에

울컥 눈물이 쏟는

착한 마음도 발견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 만나 밥 먹기도

부족한 세월인데

굳이 미운 놈 찾아가며

싸울 일들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용서할 수 없으면 잊어버리고

그마저도 안 되면 아낌없이 버리며 살아가자


떠나보내는 게 사람의 일이고

내 순서가 오면

또, 떠나야 하는 게 사람의 일이다


무거운 것들은 이젠 욕심내지 말고

가볍게, 가볍게 그날을 준비하며 살아가자


남은 자들이 나를 떠나보내는 일이 힘들지 않도록

매일 정결한 옷으로 갈아입는 염치도 준비하며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