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우린
부모를 떠나보내며 어른이 된다
건장하던 몸이 세월 앞에
속절없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우린 지켜야 할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의
경계를 구별하게 된다
떠나는 순서를 알 수도 없고
안다 한들 붙잡아 둘 수도 없는
유한한 삶을 마주하며
슬픔과는 결이 다른 안쓰러움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게 된다
내가 떠나는 날의 장면을 상상해보다
묵묵히 내 일상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들의 고마움에
울컥 눈물이 쏟는
착한 마음도 발견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 만나 밥 먹기도
부족한 세월인데
굳이 미운 놈 찾아가며
싸울 일들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용서할 수 없으면 잊어버리고
그마저도 안 되면 아낌없이 버리며 살아가자
떠나보내는 게 사람의 일이고
내 순서가 오면
또, 떠나야 하는 게 사람의 일이다
무거운 것들은 이젠 욕심내지 말고
가볍게, 가볍게 그날을 준비하며 살아가자
남은 자들이 나를 떠나보내는 일이 힘들지 않도록
매일 정결한 옷으로 갈아입는 염치도 준비하며 살아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