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신발

by 정용수

아내의 신발에는 아픈 돌멩이가 하나 들어 있다.

아무리 빼려 해도, 털어도 나오지 않는 돌멩이가 하나 있다.

신을 때마다 발을 아프게 하는 성가신 돌멩이로 인해

보드라운 아내의 발에 자주 물집이 잡히고

이젠 흉한 굳은살까지 생겼다.

고약한 신발을 확 내팽개치고도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아내는 아픈 그 신발을 아직까지 신고 산다.

누구나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속 깊은 아픔을 감내하며

‘그래도 맨발보다 낫네.’ 스스로 위로하며

고약한 신발을 오늘도 아프게 신고 살아간다.


그 신발은 내가 골라 준 거다.

평생 행복한 길 걷게 해 줄 거라며 내가 직접 신겨 준 신발이다.

살면서 이보다 예쁜 신발 많이 많이 사 줄 거라며 꼬드겨 신긴 신발이다.

인생길 함께 가고 싶은 욕심에 어린 아내에게

흠 있는 신발을 성급하게 내가 신겼다.


새 신발을 사 준다던 약속은 지키지도 못한 채

어느새 세월은 훌쩍 흘러

아내의 발은 자꾸 망가져 걸음걸이도 이상해지고

발의 아픔은 얼굴의 웃음도 걷어 갔다.

그사이 내 신발 안에도 뾰족한 돌멩이가 여러 개 생겨

내 걸음도 기우뚱 이상해졌지만

아내의 신발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당장 아내의 신발을 바꾸어 주지 못하는

막막한 내 처지가 한심하여 내 가슴에도

자꾸만 멍이 들어갔다.


아픈 신발을 신고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신발 안의 아픈 돌로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의 귀한 인생에

아픈 돌이 되어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만

누군가의 인생에 아픈 돌로밖에 살 수 없는

기막힌 처지를 만나는 게 우리 인생인데


아내의 신발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5리를 걸어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비판하지 말라.”라는

인디언 속담만 무슨 깨달음처럼 되뇌며 나의 죄책감을 감추며 살아간다.


언젠가 아내의 오래된 신발을 벗겨 내고

곱고 보드라운 새 신발 신겨 주는 행복한 날 주어진다면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한껏 담아

속 깊은 고백 온 맘으로 전해 보리라.

아픈 길 오래도록 걷게 한 미안함이

아내를 더 사랑하게 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은 조용히 묻어 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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