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릅니다.
잘 가던 시계도 건전지가 방전되면 멈춰 섭니다.
성능 좋은 자동차도 배터리가 방전되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방전된 배터리는
제 기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가 제 역할을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까닭이
어쩌면 죽을 만큼 힘이 들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여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처럼
멈춰 서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무작정 책임부터 묻는 건
지혜로운 행동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집안일에 지쳐
엄마의 배터리가 방전되지는 않았는지,
늘 공부만 강요 당했던
자녀의 배터리가 방전되지는 않았는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며느리의 배터리가 방전되지는 않았는지,
치매 부모에 대한 오랜 간병으로
회사 동료의 배터리가 방전되지는 않았는지...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찬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삶의 에너지가 방전되어 지쳐 있는 이웃을 만나면
날카로운 평가와 질책 보다
지치도록 그 자리를 지켜준 그 사람에 대해
먼저 고마움의 악수와 위로를 전하는
철든 이웃으로 살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