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석모도 일주 라이딩!
2박 3일 섬진강 영산강 자전거 여행이 남쪽의 태풍소식으로 무산되고 급히 강화도 석모도 일주로 바뀌었다.
이번 일정엔 브롬톤이 함께했다.
브롬톤과 함께하는 첫 장거리 라이딩이라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업힐에 대한 부담감에 살짝 걱정도 되었다.
로드와 달리 16인치 바퀴에 4단 기어가 장착된 참 착한 이 녀석이 장거리 라이딩에 어떻게 반응할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강화도 초입 다리를 건너자마자 있는 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일제히 자전거를 내려서 출발준비를 했다.
초가을임에도 아침 공기는 쌀쌀했다. 그래도 라이딩을 하면 금방 또 체온이 오르며 추운기는 사라질 것이다.
자전거길이 제대로 갖추어져있지 않은 강화도 일주 코스는 공도에서 차량과 같이 달려야 하는 위험한 길이어서 최대한 가장자리 쪽에 붙어서 조심히 달렸다.
맛있는 저녁 한 끼를 위해 공판장에서 광어회 전어 새우를 주문해서 아이스 박스에 가득 담고 차량을 수배해서 석모도 펜션에 미리 보내두었다.
오늘의 일정이 끝나고 허기진 배를 채울 고마운 음식들이다.
라이딩 중간엔 조양방직이란 카페에도 들렀다. 옛날 방직공장을 카페로 인테리어 한 곳인데 규모와 인테리어 곳곳이 그 어느 카페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신박한 곳이었다.
옛날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카페엔 관광지를 방불케 하는 인파로 가득 차있었다. 과거를 현재에 옮겨놓은 재밌는 카페였다.
오르막은 있는 힘을 다해도 정녕 넘사벽의 순간이 찾아왔다.
기어의 한계와 체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 조용히 안장에서 내려와야 했다.
욕심내지 않고 겸허히 끌바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운힐에서는 내려가는 탄력을 애써 참으며 브레이크를 잡으며 조심조심 내려갔다. 다시는 사고의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속도는 자제했다. 브롬톤 자체가 질주본능을 지닌 아이는 아니기에 설렁설렁 천천히 주위의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며 가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트라이폴드 2대 로드 4대 함께할 수 없는 운명적 만남이지만 함께한 모두는 우리 아파트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라 속도를 줄여가며 거리를 맞춰주었다.
미리 저만치 가서 달려오는 우리들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기다려 주기도 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해 주었다. 감사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달리는 길은 카메라에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기에 바빴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풀숲을 헤쳐가기도 하고 잔돌이 가득한 오솔길을 달리기도 했다. 바퀴의 탄력에 잔돌들이 이리저리 튕겨져 나가는 경쾌한 음을 들으며 마치 mtb코스인 같았지만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즐겼다.
숙소를 향해달려 가는데 갑자기 뒷바퀴의 이상이 감지되었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바람이 많이 빠져있었다. 자세히 보니 타이어 옆에 나무가시가 박혀있었고 바퀴는 금세 바람이 다 빠져버려 초라하게 지면에 맞닿아 쪼그라들어 있었다.
헉! 큰일이다
아직 숙소까진 한참이 남았는데 걱정이 밀려왔다. 방법은 일단 택시에 실어서 숙소로 먼저 가고 나머진 차후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중에 자전거 샵을 검색해 보니 석모도엔 아예 없고 강화읍으로 가야 고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숙소로 가는 길이 최선이라는 생각이었다.
아내에게 마침 전화가 왔다. 펑크 사실을 알리니 혹시 다친 것은 아니냐며 묻늗다. 다친 게 아니고 펑크만 난 거라고 말해도 믿을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라이딩에서 매번 다친 이력이 불신을 조장한 모양이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무사고의 인증샷을 찍어서 날려주었다. 신용가정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인가 보다. ㅋㅋ
택시 트렁크에 브롬톤을 싣고 숙소까지의 거리를 보니 아직 16킬로가 남아있었다. 일행은 이제 어둠을 뚫고 숙소까지 위험한 라이딩을 해야 할 것이다. 숙소는 도로에서 벗어나 야트막한 산중간에 위치해서 차로 오르기도 만만치 않았다. 힘든 일정으로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당도할 일행에겐 또 다른 어마어마한 업힐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도착해서 미리 도착해 있던 저녁 식사거리를 준비하고 일행을 기다렸다.
다들 마지막 숙소로 올라오는 업힐이 오늘 라이딩 중 최대의 난코스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들 정말 수고가 많았다. 고생한 후에 먹는 저녁식사여서인지 광어와 새우가 정말 감탄을 부르는 맛이었다.
간단한 알코올음료와 함께 오늘의 라이딩을 회상하며 잔을 부딪히며 맛난 저녁을 함께 즐겼다.
다행히 펑크키트를 동호회 회장님이 가지고 와서 생애처음 자전거 펑크를 때웠다. 전동 펌퍼기로 바람을 넣고 내일 아침에 다시 체크해 보면 될 일이었다.
하루를 그렇게 마감을 하고 다음날 라이딩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창가로 나가 바퀴를 체크해 보니 바람이 짱짱하게 가득 차 있다. 이것으로 펑크 사고는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다.
창가 방충망에는 매미 두 마리가 철 지난 가을 아침에 처량하게 붙어있었다. 찬바람 부는 가을에 이들의 생명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여운 마음이 들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언젠가는 맞이할 운명이지만 그 삶이 너무도 짧기에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근처에 아침식사 장소를 펜션사장님에게 소개받고 갔는데 순두부와 모두부의 맛이 일품이었다. 최고의 모두부였다는 생각인데 담에 또 찾아와 먹고픈 맛이었다.
아침부터 햇빛이 강렬해서 어제의 쌀쌀한 날씨가 아니었다.
업힐과 다운힐을 번갈아가며 석모도 일주를 마치고 강화도로 다시 건너갔다. 강화도 일주는 어제에 이어서 나머지 코스를 도는 일정이었는데 공도를 벗어나 농로를 따라 달렸다.
황금 들녘이 양쪽에 펼쳐진 쭉 뻗는 농로를 달리는 기분은 그동안 라이딩에서 경험한 느낌과는 다른 또 다른 감동의 경치로 다가왔다.
중간 목적지는 통일전망대!
전망대이니 당연히 다시 업힐이었다. 끌바로 올라가 주차장에 주차하고 전망대에서 북녘땅을 바라보았다. 정말 지척에 북한이 있었다. 강화읍으로 향하는 도로엔 삼중 철조망이 조밀하게 해안을 차단하고 있었다. 분단된 나라의 실상을 근접해서 목도하는 순간들이었다.
도착한 수라 육개장!
드디어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손님들이 많이 다녀가 급하게 브레이크 타임이란다. 일행은 애걸하다시피 사정해서 겨우 점심으로 육개장을 영접할 수 있었다.
모두 한 숟갈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역대급 최고의 맛이었다. 꼭 다시 먹고픈 맛!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먹여주고 싶은 맛 결국 포장주문을 하고 맛있게 먹을 가족들을 생각하며 1박 2일의 강화도 석모도 일주여행의 대미를 육개장으로 장식하며 안전라이딩에 마침표를 찍었다.
영산강 섬진강 라이딩의 미련을 간직하며
다음 라이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