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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Nov 01. 2024

모찌,모리,하치,하루 중 모찌

엄마견 모찌

고3 때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강남 모처에서 예사롭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분양해 온 모찌는 너무 작고 가여운 모습으로 작은 유리 게이지 안에서 사람의 손길을 온몸으로 갈망하며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 수많은 애처로운  강아지들 속에 유독 작고 귀여운 모찌를 선택한 건 지금의 모찌엄마 그러니까 나의 아내의 선택이었다.

강아지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때여서 너무 활달하지 않은 작은 아이를 선택하였다.


작은 종이박스애 담겨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에서 박스 안의 강아지의 용태를 살피느라 요리조리 신기하게 들여다보던 그 순간들의 기억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람과 함께 아침을 맞고 밤의 위로를 함께 나누며 살아온 날들 동안 사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사람보다 더 빨리 늙어간다. 자세히 모찌의 눈을 바라보노라면 한쪽눈에 벌써 옅은 안개가 깔리우고 더 많은 날이 지나면 앞이 보이지 않은 세상을 남아있는 숨으로 우리와 함께 애처롭게 살아갈 것이다.


택배로 배달되는 물건들이 있어서 개봉해서 보면

남편인 내약도 아니고 아내본인의 약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아내는 나를 위해 약을 사본적도 없고 본인약을 사는 것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강아지를 위해 눈약 뼈약 영양제 알레르기약 온갖 종류의 강아지약을 구입한다.

아내에게 강아지들은 자식이나 다름없음이다.

아이스크림케익이 모찌를 닮아서 구입해서 찍은사진 아무날아님 ㅋㅋ

강아지와 이별하는 날을 보낸 분들의 얘기로는 강아지도 치매에 걸리고 먹지 못해 메말라가고 야윈 몸으로 마지막 숨을 거둔다는 얘기에 지레 겁부터 먹고 만다.


저 애처로운 녀석의 마지막을 생각하니 가슴이 벌써 먹먹해진다.  무려 네 마리를 저렇게 보내야 한다니 막막하기만 하다.


강아지의 한평생의 살고 저무는 것이 사람과 같아서 더 가슴을 저미게 한다.

하지만 아직은 건강하게 팔팔거리고 꼬리치고 양말을 달라고 칭얼대고 인형을 던져달라 낑낑대는 모찌는 아직 청춘이다.

모찌는 자주 이렇게 사람처럼 자기도한다

제일 똑똑한 녀석이어서 웬만한 말들은 알아듣는다.

모찌가 앵무새의 성대 구조를 가졌다면 벌써 말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가장 작은 녀석이어서 네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모두가 모찌가 새끼인 줄 안다. 궁금해 물어오시는 분에게 모찌가 엄마라고 말하며 남편 모리 두 아들 하루 하치 일가족을 소개해주면 너희들은 너무 행복하겠다라며 부러워들 하신다.

강아지 가족 모두의 모습 미용한지 지나면 모두 꼬질이가된다 모찌 하치 하루 모리 순(왼쪽부터)

어찌 네 마리 강아지를 양육하는 일이 기쁘고 행복하기만 할까!

병치레며 미용에 먹이를 공급하는 일이며 매일 갈아야 할 패드와 물청소며 사고 친 후의 뒷수습까지… 강아지들을 위해 들여야 하는 정성과 고단함과 경제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은 부분들이다.


그럼에도 생명을 거두는 일이 얼미나 고귀하고 숭고한 일임을 알기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사랑으로 바라본다.

아니 어쩌면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과 기쁨이 차고 넘치고 이들로 인해 끊이지 않는 웃음과 위안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모든 수고로움과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도 아침을 제일 먼저 열고 고집스러운 짖음으로 엄마를 깨우고 기어이 아침밥을 쟁탈하고야 마는 모찌의 영리함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영역이다.

작지만 제일 강한 우리 집 서열 1위 모찌!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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