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을 라이딩
봄라이딩에 벚꽃잎들의 풍장을 목도했다면
가을라이딩에선 낙엽들의 풍장을 보게된다.
바람을타고 바닥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은
자전거의 굴림에 바스락!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겨울이되면 모든 장례식을 마친 나무들은
산송장처럼 메마른모습으로 한겨울을 버텨낼것이다.
봄의기운이 여름으로 스며들었고
여름의기운이 가을로 스며들었다
이제 가을은 다시 겨울로 스며들며
봄의 알을 품은 겨울은 차가운 칼바람을 견디며
다시 피어날 봄을 초연히 기다릴 것이다
아파트 자전거 동호회 톡방에 공식 등록된 인원만 25명이다.
500세대 아파트에 이정도 인원이면 굉장한 숫자이기도하다.
2022년 만들어진 자전거 동호회는 열성 멤버를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새벽 라이딩과 제주도 일주, 국토종단, 동해안 일주, 강화도 일주, 춘천 라이딩등 굵직한 라이딩에 난 꾸준히 참석했다.
라이딩에서 느끼는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불행한 사고로 인한 재활의 시간도 있었다.
이번 춘천행도 동해안 일주중 낙차로 인한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파열의 후유증을 앓아오던 중 진행된 일정이라 아내의 반대도 없지 않았지만 무조건 안전 라이딩을 약속하며 함께한 라이딩이었다.
일행은 두개조로 나뉘어 로드 자전거중심의
A조 8명은 마석에서 전철을 내려 출발하고
미니벨로 중심의 B조 9명은 대성리에서 내려
춘천을 향해 출발했다.
대성리에서 내려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진입하는데
마치 바다처럼 강물이 일렁인다.
가을의 강물결은 바다처럼 까마득해진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가을의 정취들이
연신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들이다.
갈대가 바람에 일렁이며 물결과함께 춤을춘다.
함께하는 페달링도 그춤에 맞춰 경쾌하기만하다.
의암호 댐을 지나 나무데크가 깔린 산책길겸 자전거길을 속도를 줄여가며 조심히 달려 나갔다.
지난봄 이길을 달릴때와는 또다른 색감과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연이 주는 희열과 위안은 참으로 대단하다.
온통 가을빛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 아래로 낙엽 자욱히 깔린 길을 달리니 이보다 더한 가을놀이가 있겠나 싶다.
춘천호를 왼쪽에 두고 자전거는 끝없이 깔린 데크길을 따라 목적지인 소양강처녀상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이른 출발로 배도 고프고 하니 절로 춘천닭갈비의 유혹이 거세졌다. 7:50분에 출발한 우리는 2시가 되어서야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젤 먼저 옥수수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막걸리 한잔에 5시간의 피로가 눈녹듯 사라졌다.
가을속으로 떠난 라이딩은 가을을 온몸에 두르고
다시 소중한 일상의 품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사고없이 무사히 일정이 끝나서 다행이었다.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라이딩은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가을나들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