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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08. 2023

생애 첫 차박 도전기

불면의 첫 차박!

작년부터 나는 자전거에 심취를 해서 자전거 관련 동영상을 봤었다.


어느 자전거 유튜브엔 혼자 그래블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엔 온갖 캠핑 도구들을 싣고 혼자 어느 산속에서 저녁을 맞이하고 혼자 소박한 식사를 준비해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그라인더에 직접 커피를 갈고 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리고 하는 번거롭기 혹은 불편하기 그지없는 산속 캠핑! 그건 내게있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고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혼자의 시간을 즐겨보고픈 열망이 솟아오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른아침 산새소리와 나뭇잎들 사이로 비쳐져 내려오는 신비로운 햇빛을 맞으며 아침을 맞이하는 오롯이 혼자의 평화를 즐기는 모습에 매료되어 나도  산속에서 즐기는 외로운 그래블 자전거 캠핑을 선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물이 만만치 않은 이 사치스런 캠핑은 아내의 절대반대 의견에 난공불락의 소망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소망하개된것이 바로 차박이었는데 그 차박마저 아직은 불가능이어서 현재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리스 기간이 끝나는 내년엔 꼭 SUV차량으로 바꿔서 차박을 기어이 하리라 다짐하고 있는 중이다


아내가 33년 학교 생활에서 명퇴 후 매진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최불암 선생님이 출연하는 티비프로 한국인의 밥상에서 착안해 만드는 한국인의 마을 밥상이라는 밀키트 사업이다.

나 역시도 아내를 도와 이일을 함께 진행하다가 최근 신규 학원 오픈 때문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못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의 마을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잊혀져가는 지역 특별식을 개발해서 1인 가정부터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를 만들어 내는 사업이다. 밀키트는 지금 온라인으로 판매망을 넓혀 나가는 중이고 이와 함께 샌드위치, 샐러드를 판매하기 위해 카페의 형태로 매장을 꾸미고 이번엔 음료 및 커피도 판매하려고 준비중이다.


늘 사업이라는게 그렇듯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비용절감을 위해 중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둘이서 열심히 알아보고 있었는데 정말 운 좋게도 가격도 연식도 넘 맘에 드는 기계를 발견했는데 문제는 물건의 주소지가 부산 해운대구 였다.  너무 멀다는 생각도 잠시 이 물건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무조건 토요일 가지러 가겠다하고 선금까지 걸어두고나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는 일이 만만치 않을거 같았다. 무게도 이만저만이 아니라 택배로는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동서가 갖고 있는 스타렉스를 캠핑카로 개조해 놓은 차량을 빌려서 부산으로 가기로하고 간김에 생애 첫 차박에 도전해보기로하고 우린 차량이 밀릴것을 염두해 두고 일찍 출발하기 위해 7시에 집을 나섰지만 이미 고속도로는 차량으로 가득차 있었다.  결국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세군데나 들려가며 7시간이라는 운전끝에 드디어  어렵게 부산의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건을 점검하고 차량에 싣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임무를 완수 했으니 이제부턴 아내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만이 남아있었다. 부산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비빔당면을 먹고 싶어서 국제시장 옆 일명 깡통시장에 위치한 비빔당면집에서 처음으로 비빔당면을 맛보았다.

(아, 시장을 지나가면서 여름에 신을 실내 슬리퍼도 샀다. 예전에 샀던 여름 슬리퍼가 다 떨어져서 하나 장만해야지 했는데 비슷한 신발을 발견하고는 두말없이 구입을했다.) 원래 잡채를 좋아라해서  물당면과 비빔 당면을 각각시켜서 같이 나눠서 맛잇게 먹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려 가고있는데 부산역사 문화관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뭐하는 곳인지 궁금증이 생겨 들어가 보았는데 여긴 새로 인테리어를 해서 서점과 카페의 분위기가 혼재한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엇다. 꽂혀있는 책도 한권 읽어보고 간만에 여유롭게 집이 아닌 곳에서 시간의 구애없이 독서도 해보았다. 국제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들러서 건물에 얽힌 역사도 공부하고 여유롭게 책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는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산 차박지의 성지로 알려진 기장군 대변항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차량들이 차박을 위해서 해안 뚝방길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다행이 우리는 괜찮은 주차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주변 식당으로 향했다 칠암리라고 하는 이곳은 붕장어로 유명한 마을이었고 횟집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에는 대부분 붕장어 회와 구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도 회와 구이 그리고 소주 한병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붕장어가 바로 아나고 였다. 예전 엄마가 가끔 시장에서 손질해서 가져오셔서 맛있게 먹었던 바로 그 아나고 회를 고향 생각을 하면서 소주한잔과 함께 행복한 포식의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발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마도 장거리 운전으로 오른쪽 발로 브레이크와 액셀을 번갈아 밟으면서 발등위 근육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가 싶었다. 문제는 화장실가는거였는데 차량에서 화장실까지는 족히 200미터는 되는 거리여서 그길을 오가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따로 샤워장이나 세면시설이 없다보니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차박이 어찌 호텔방에서의 1박과 비교가 될까? 그래도 그런 불편함을 무릎쓰고라도 이렇게 차박인구가 늘어나는걸보면 자연에 고스란히 이입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든다.  


바로 한발 아래에서 일렁이는 파도 소리와 마침 보름달이 밝게 비추는 방파제와 어우러진 바다를 바라보며 준비해온 커피 드립 도구들을꺼내서 손으로 돌려가며 그라인딩을하고 갈려진 원두를 드리퍼 필터에 차곡히 쌓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바다향과 함께 어우러진 커피향이 사르르 피어오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넓게 펼쳐진 밤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커피의 맛과 더불어 분위기에 취해 더없이 맛있는 커피맛이되었다. 자연속에서 즐기는 야생의 삶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하던 아내를 꼬신것도 바로 이 한잔의 커피였으니 이맛을 못잊어 다음 여정에도 동참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행복에 겨운 커피를 홀짝 거렸다.

가져간 책을 꺼내서 독서도 하면서 온갖 호사스런 갬성을 발산하고 있는데 이넘에 통증이 시샘하느라 방해을 해서 더는 책에 눈을 붙일수 없었다 하는수없이 차량에 자리를 펴고 빨리 자버리면 통증도 잊혀질까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당채 잠을 이룰수 없었다. 바로 누웠다가 옆으로 누웠다가 엎드려도보고 헤드레스를 빼서 무릎사이에 끼워도 보고 발을 들어도 보고 온갖 동작을 다해가며 아픔을 견뎌보려 애를 썼다.

정말 119라도 불러서 병원을 가야하나 생각마저 들었다. 곤히 자는 아내를 깨울수도 없으니 끙끙 앓는 소리를 할 수도 없고 하여튼 혼자 불면의 밤을 고통과 함께 하면서 내 인생 첫 차박은 박이 아니라 불면의 밤이되었다.  발등에 실금이 간게 아닌가 의심을 하는데 다행히 새벽이 다가올수로 극심한 통증이 차차 수그러 드는걸 느끼며 어렴풋 잠이 들었다가 뒷창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바다 태양의 기운을 느끼곤 또 깨어 나고 말았다. 도대체 자긴 한건지 ….

그렇게 차박의 아침은 밝았다.


힘들고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잘수 없었던 첫 차박이었지만 밤바다를 발아래두고 물멍을 때리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하고 가스 램프등 아래에서 독서를 하며 보낸 나의 첫 차박은 그래도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언제 차박에 도전할 지 모르겠지만 자주 차를 빌려 어디든 떠나는 상상은 곧 다시 현실이 될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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