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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07. 2023

건강검진 결과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소혈관 질환이라고?

     

불현듯 덜컥 걱정이 되었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 한분이 뇌출혈로 쓰러져 이틀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부고를 접하다니...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는데 나도 몰래 울컥해졌다.

아직 한창의 나이인데 못다 한 삶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그녀의 남편은 내 또래의 중년!

남일 같지 않은 그가 남은 삶을 어찌 꾸려나갈지 걱정이 먼저 앞섰다. 부부 백년해로라는 말이 쉽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몇 해 전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에 무슨 행사를 하는 것 대신으로 나이 들면서 서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부부 함께 건강검진을 매년 진행하기로 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건강검진을 진행하면서 이번엔 특별히 뇌 MRI와 MRA를 적지 않은 금액을 출혈하며 꼭 검사를 진행해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고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약간의 긴장된 마음으로 검진의 결과를 듣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명이 나왔다. 소혈관 질환이란다. 이게 뭔지 의사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들었는데 그중 들리는 치매라는 단어만이 계속 뇌리에 맴맴거리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 외할머니 그리고 장인어른이 모두 치매를 앓다가 가시지 않았는가.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치매 걸린 나는 매일이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할 수 있겠지만 주위의 사람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만만치 않음을 아는지라 가까이는 나의 아내와 자식들이 더 걱정되는 마음이 컸다.


인터넷으로 질환을 검색하고 초기 치매단계를 지연 혹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궁리해 보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는듯하고 결국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엔 없다는 생각으로 약국을 운영하는 후배에게 나의 병명을 말하고 추천해 줄 약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추천해 준 약을 사서 들고 집에 돌아와서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빠지지 않고 챙겨 먹어야겠다 애써 다짐을 했다. 아직은 이렇다 할 기저질환이 없는 관계로 특별히 병 때문에 먹는 약이 없었는데 이제 중, 노년이 되면 끼니마다 밥처럼 즐겨 먹어야 하는 약이 이제 나에게도 하나 생긴 것이다. 


아! 이렇게 나도 늙어가나 보다 이런 생각이더니 마음이 휑해지며 서글퍼진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못 보던 약을 보며 아내가 이건 무슨 약이냐고 물어본다. 

치매 예방약이야!

아내는 한심한 듯 나를 바라본다. 무슨 약씩이나....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지만 내심 걱정은 될 거다. 무심코 던지는 말로 벽에 똥칠하면 요양원으로 보내버릴 거라고 어름짱을  놓지만 그런 거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곁을 지켜주라는 의미일 거라 생각한다. 내 아내가 그렇게 된다면 난 같이 똥을 싸는 한이 있어도 같이 있으련다.

보내긴 어딜 보내!

사랑은 곁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끝가지 부부로서 나는 곁을 지키련다.


그래서 남은 삶을 더 알차고 행복하게 마무리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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