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스빈 Jun 02. 2023

개인 전용 바리스타를 둔 사모님!

영구직 바리스타


결혼을 하고 맞벌이를 하던 우리 부부는 아침 식사가 끝나면 아내가 늘 보약처럼 챙겨 먹는 것이 있었다.

그땐 맥심 커피!  동결 건조된 맥심 커피와 설탕 그리고 프리마 이렇게 환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믹스에 뜨거운 물을 부어 달짝지근하게 마시던 커피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 지금도 매 끼니마다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다만 맥심커피에서 카페라테로 다시 아메리카노에서 지금은 드립 커피로 옮겨졌을 뿐 매일의 일상에 늘 함께하는 음식이었고 결혼 초창기 혼자서 홀짝 거렸던 커피는 이제 나도 커피 중독자가 되어 함께 홀짝거리고 있다.




지금의 아내는 커피 마시기 전문가 나는 커피제조 전문가로 둘 다 커피 사랑에 흠뻑 빠져서 살고 있다.

커피의 길로 들어선 지 10년이 넘었으니 맥심에서 카페라떼로 옮겨가던 그 시절부터 나는 식사 후 커피 당번으로 늘 곁에서 커피를 대령하고 있다.

라떼를 만들어 마실 때는 그 어느 커피전문점에서 만들어 내는 라테아트보다 이쁘게 만들어서 고소한 우유의 맛과 함께 라떼 한잔을 만들어 내면 아내도 눈으로 한번 그리고 맛으로 한번 커피 호강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럴 때면 꼭 한마디를 나는 붙인다  세상에 개인 전용 바리스타를 두고 커피를 마시는 대단한 사모님!이라고


오늘도 아내가 만들어 낸 행복한 아침 식사를 마치면 자동으로 나는 포터에 물을 데우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고 드리퍼에 필터를 장착을 해서 하얀 필터 위에 검은색 가루들을 차곡히 쌓고 그리고는 뜨거운 물을 살포시 커피 위에 뿌리면 몽글몽글 커피색을 한 거품들이 피어오르고 물 붓기를 반복 또 반복하면 하얀색 거품이 피어오를 즈음 물 붓기를 멈추고 쌍둥이 찻잔을 준비하고 서버에 담긴 커피를 조심스레 커피잔에 따른다.


한잔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그 순간은 내면의 종교의식 마냥 서두르지 않고 잔잔한 마음으로 중력의 힘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평화로운 아침의 일상을 만들어낸다.

커피 한잔에도 이렇듯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음을 알기에 순리대로 살아가는 커피를 닮은 삶을 향긋한 커피 향으로 물들이고 싶다.

한 사람을 위한 전용 바리스타 영구직으로 나는 남은 삶도 커피와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 낳는 비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