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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09. 2023

클빠링 세 번 후 100킬로 춘천 라이딩 도전기

국토종주를 위한 위대한 서막!


라이딩이 중년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소문을 유튜브로 확인 또 확인을 하고 나도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러고는 꿈도 야무지게 자전거길 국토종주라는 거대한 목표점을 스스로 마련했다.


일단 자전거를 구입한 게 작년 가을즈음의 일이다. 처음엔 장거리 라이딩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전기 자전거를 구입했었는데 몇 번 타본 후 아무래도 건강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 한 달 만에 로드 자전거로 변경을 하였다.  


원래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동안 안 해본 거 없이 해본 거 같다. 헬스 테니스 탁구 스쿼시 수영 검도 승마 골프 볼링 배드민턴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엄청 운동 마니아 같지만 실은 경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라곤 고작 숨쉬기운동뿐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보는 순간 영원히 함께 할 운동이라 생각하고 장비빨에 심혈을 기울였다.(원래 뭐든 시작하면 장비부터 완벽하게 준비하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장비를 갖추고 보니 얼핏 보기에도 십 년 정도 라이딩을 한 사람의 모습이다.


올해 3월 클릿 슈즈를 구입하고 그 민망하다는 쫄쫄이 바지를 입고 (아내는 나의 이 모습을 보면 주저 없이 고개를 돌리고 만다 ㅋㅋ) 첨으로 나름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을 했다. 집에서 출발하여 두물머리를 다녀오는 왕복 80킬로의 구간이었다.


클빠링을 방지하는 방법을 수차례 유튜브로 확인하고 출발 전에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연습도 해보고 그러고 난 후 야심 차게 라이딩에 도전을 했다. 이렇게 연습을 하였으니 동영상에서 예로 보여주는 그런 바보 같은 클빠링(클릿슈즈를 신은채 발이 빠지지 않아 넘어지는 것을 말함) 은 안 할 자신이 있었다. 역시 클릿슈즈를 신으니 훨씬 안정감이 있었고 그리고 힘의 배분도 가능해져 왜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이 신발을 신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남양주 시민공원을 지나 덕소를 지날 즈음 행글라이더들이 공터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쉬면서 구경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른쪽 발을 먼저 페달로부터 무사히 빼고 그리고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오른발을 땅에 착지를 하려는데 어라! 내 몸이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순간 빨리 왼발을 페달에서 빼야 하는데 이게 빠지질 않는 상황! 아 결국 나도 여지없지 당하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쳤다. 정말 손쓸 틈도 없이 나는 혼자서 어디 부딪힌 것도 아닌데 무단히 옆으로 휙 하고 쓰러지며 괴성을 질러버렸다. (클빠링의 아픈 추억) 순간 주위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고 누군가는 괜찮으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른바 혼자 날궂이를 하고 나니 엄습하는 쪽팔림을 어찌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애써 태연하게 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니 넘어진 충격에 안장이 찍히며 옆으로 획 돌아가 있었고 클릿슈즈의 바닥 부분 일부는 깨져서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크게 안 다친 게 어디야 라며 위로하고 다시 두물머리 연 핫도그를 향해 달려갔다. 가는 길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연신 감탄을 하며 라이딩을 했었다. 아마도 라이딩의 이 맛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못 느낄 환희일 거다.

도착해서 먹은 연핫도그는 왜 또 그리도 맛있었는지!


그러고 어제 동네 아파트 자전거 동호회에서 기획한 춘천 100킬로 라이딩에 도전을 했다.

6시에 기상해서 자전거 점검을 같이하고 몸풀기 체조를 하고 7명의 초자와 고수 라이더의 혼합조는 춘천으로 출발을 했다.  처음 10킬로에서 난 바로 오늘 라이딩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며 페달링이 힘들어 미칠 지경이었다. 아마도 이틀 전 부산 차박으로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인 상황에서 다시 무리한 질주를 한 탓이리라 생각되었다. 남은 거리는 90킬로 이상태론 도저히 완주는 힘들겠단 생각이 엄습했다. 함께한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치진 말아야 하는데 속으로 걱정을 태산 같이하며 무거운 페달링을 꾸역꾸역 하면서 달려가는데 다행히 계속되는 내리막에 나는 점차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다.  

라이딩전 준비운동 중

어느 순간 오늘 쪽으로 펼쳐지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감탄의 탄성도 질러보고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금계국을 원 없이 감상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라이딩을 했다. 금계국을 지나쳐 가다가 이 멋진 풍경을 담고파서 일행을 불러 세우고 다시 뒤돌아서 꽃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기자고 말을 하니 누군가 외친다. 꽃을 좋아할 나이라고 ㅋㅋ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

허벅지에 쥐가 날 정도로 고난의 길이었지만 생애 첫 100킬로 도전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고 나니 그 뿌듯함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였다.

내가 외우는 유일한 시 한 편이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이다.

지금 내 인생은 등산이 아니라 하산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길가의 이쁜 꽃도 보이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있지만 젊은 시절 등산의 시기에는 그게 쉬운 일이던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갔던 시절 아니던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들 지금처럼 세상을 바라볼 자신은 없다. 그러니 몸은 지치고 세월의 무게가 짙어져도 마음은 한결 가벼운 것은 그나마 지나온 세월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함께 라이딩을 마친 7명의 전사들이 닭갈비를 사이에 두고 들이켰던 막걸리 한잔의 위안은 더 없는 행복이었다. 앞으로는 더 먼 거리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니 자전거 국토종단의 꿈이 꿈으로만 그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든다.  라이딩 복장을 해도 나온 배 때문에 민망하지 않게 몸관리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서 200킬로 도전 후 꼭 낙동강까지 자전거로 내려가 보련다.

춘천 라이딩 코스 전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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