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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09. 2023

에스프레소와의 첫 만남

나의 커피 입문기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내 친구 중엔 그 당시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따라 나도 커피 마시는 시늉을 해보았다. 아메리카노도 잘 모르던 그때 친구가 주문하는 에스프레소를 의기양양 따라서 시켜놓고 친구가 마시는 대로 나도 홀짝 하며 입에 대는 순간 이건 뭐 쓰도 쓰도 이런 쓴맛이 없는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그런 천하에 아무 효용가치 없는 쓸데없는 음료였다.

다시는 이런 거 먹나 봐라!

그렇게 커피라는 음료와 나는 영원한 이별을 고했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커피를 취미로 커피를 업으로 하며 살아온 지 어언 10년 차가 되었고 지금은 하루에 두세 잔의 커피는 반드시 마셔야 하고 커피전문점을 들르면 에스프레소를 찾아서 나도 모르게 그 집 커피맛을 나름 감별하는 커피 마니아가 되어있다.


15년 직장 생활을 접고 영어학원 원장으로 10년 차가 되던 해에 나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영어 문법하나 단어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꿈을 찾게 해 줘야겠다는 나름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  같은 것을 느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자기 주도학습관을 차리고 학생들에게 입시지도 및 꿈을 찾고 전공을 찾게 해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을 때였다.


오픈하고 몇 개월이 지나도 좀처럼 학생 모집이 되지 않자 나는 새벽 2시까지 직접 학생들을 관리하기로 하고 데스크에 앉아서 졸리는 눈을 비비며 일하고 있는데 그 많은 시간들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내가 내게 제안한 시간 때우기 방법으로 커피를 배워 보라고 했는데 나는 당체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쇄해서 꾹꾹 눌러 담아서 에스프레소 기계에 끼우고 버튼만 한번 누르면 나오는 것이 커피인데 도대체 뭘 배우라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공부였지만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했기에 반신반의하며 커피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목차에 따라 1강부터 28강까지 온라인으로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도 단순하게 생각했던 커피는 커피학이라고 일컬어도 무방하리 만큼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져 있었고 거기에 실습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커피의 영역이 있었다. 커피를 단순히 마실줄만 알았지 이렇게 배운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커피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론으로 배우는 커피는 알아야 할 것도 외워야 할 것도 많았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자는 생각으로 설렁설렁 눈으로 보기만 했다.


무슨 공부든 해봐야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커피 한알을 위한 공부가 이렇게 방대하다니.... 쳅터를 찬찬히 바라보면서 생전 처음 접해보는 용어와 난해한 이름들로 나는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다.


그렇게 나와 커피는 다시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이 이렇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이 되리라고는 그땐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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