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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서서 바라본 발자취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1818)

by 청일


등산을 인생 여정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 한 남자가 정상에 올라서 운해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아주 짧은 시이다.


하지만 난 그 짧은 싯구에서 인생을 바라보게된다.

젊은 날 가족을 이루고 식구들을 부양해야 하는

짐을 지고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던

지난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등산길 옆으로 소담스럽게 핀 꽃들도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앞으로 열린 좁은 등산로를 포기 없이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 숙명의 삶이라 생각했다.


이제 인생의 고비를 넘기고 삶의 중반을 넘어서

다시 하산을 해야 하는 정상에 서보니

살아온 발자취가 저 멀리 보인다.


운무에 가려진 인간사의 모습들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다가온다.

나의 노력과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고

안갯속에 드리운 앞날에 답답할 때도 있었다.


이제 정상에 당당히 서서 살아온 발자취를

추억으로 바라본다.

내려가는 길엔 길가에 핀 작은 꽃들도 바라보며

멀리 대자연의 풍경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가고 싶어 진다.


그림엔 고지를 밟고 선자의 성취감이 아니라

대자연 앞에 선 한 인간의 겸손함을 나는

바라보고 싶다.

안개 자욱한 길을 한 발 한 발 걸어 오르며 바라볼 수

있는 만큼만 허락한 자연 앞에 순응하며

나아간 한 인간의 역사를 나는 그의 뒷모습으로

상상해 본다.


오늘도 안개 낀 등산길을 조심히 오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올 고통과 불안과 슬픔과

행복과 기쁨 모두를 포용하는 넓은 가슴으로

앞으로 나아가길 기원한다.


그림명상 : 나의 인생길을 정상에서 내려볼때

가장 힘든일은,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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