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슬픔에 대한 고찰)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그런 슬픔은 때로 자신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럴 때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하다. 혼자임을 느낄 때 더없는 공허와 아픔이 배가된다. 그래서 슬픔과 기쁨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 잔잔한 바닷가 해가 지는 서쪽 바다엔 노란 등대불이 켜졌다. 바다는 평화롭기만 하건만 여인의 마음엔 폭풍우 같은 슬픔이 몰려든다. 세상은 이토록 평화롭기만 하건만 여인은 어째서 이토록 슬픔에 노출되어 있는가?
평온한 일상에 드리운 슬픔은 누구나 경험하는 아픔의 순간이다. 늘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인생길 아니던가. 삶속에는 곳곳에 암초처럼 슬픔이 도사리고 있다. 슬픔도 기쁨도 모두 안고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기에 우리는 거부하지 못하고 수용하며 이겨내야만 한다.
슬픔에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한 여인이 보인다.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하는 여인에게는 어떤 슬픈 사연이 있는 걸까?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그녀는 새로운 삶을 그와 함께 이곳 바닷가에서 시작했다. 사랑이면 그 무엇도 두려울것이 없었고 둘이 함께라면 못해낼 일도 없었다. 바다는 그들 삶의 터전이었고 동시에 세상 끝날까지 준비 해야하는 불안한 삶의 근원이기도 했다.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그녀의 기도속엔 늘 남편의 무사함만이 충만해 있었다. 남편은 만선을 약속하고 바다로 나갔다. 잔잔한 바다에 바람이 일고 파도가 점점 거칠어지며 육지까지 바다의 노여움이 전해지던날 남편을 실은 고깃배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접하고 바다로 나아가 통곡의 사부곡을 부르고 있다.
그녀의 아픔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슬픔의 끝은 멀지 않을 것이다. 바닷가에 뜨개질하는 노파 곁에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여인이 둥지를 찾아드는 새끼 새처럼 찾아들었다. 혼자 슬픔을 감당하지 않고 노파를 찾아 나선 그녀는 마음속 아픔을 모두 토해내고 흐느껴 운다. 이곳 바다에서 평생을 살며 바다가 부리는 심술로 참척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노파는 자기 삶이 여인에게 투영되는 것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젊은 여인의 아픔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다.
노파는 뜨개질을 멈추고 흐느끼는 그녀의 등을 온기 가득한 손으로 어루만져 준다. 누구나 슬픔을 맞이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의 늪에서 헤쳐나오려고 한다. 통곡의 슬픔에 젖어있는 그녀에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때이다. 두 손 벌려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마음의 위안을 받고 슬픔을 반감할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나의 슬픔에 함께 공감하고 위로해 줄 누군가를 우리는 늘 소망한다. 그 누군가를 가짐으로써 인생길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내 삶에 따뜻한 온기의 위로를 해줄 한사람, 누군가의 삶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