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미술관 임채욱 사진전
산의 숨결, 호수 위에 머물다
황금빛 새벽이 산등성이를 타고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 빛은 마치 대지의 첫 숨결처럼 부드럽고 따스하다.
그 속에서 산은 묵묵히 서 있고, 호수는 고요히 그것을 받아 안는다.
물 위로 드리운 산의 실루엣은 그림자처럼 정기를 머금고,
그 아래엔 안개가 피어오른다.
그것은 단순한 자연의 안개가 아니다.
마치 신령한 존재가 이 마을을 감싸 안듯,
산신이 머무는 마을처럼 안개는 신비로운 빛으로 세상을 감싼다.
그 풍경은 말을 걸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한다.
작품 앞에 선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평온이 차오른다.
세상의 번잡함과 마음속 소란스러움이
그 한 점의 작품 앞에서 천천히,
그리고 완벽히 사라지는 경험.
호수는 산의 거울이 되고, 안개는 빛의 옷을 입고 춤춘다.
그 장면은 찰나였지만,
그 속엔 영원의 시간처럼 깊은 울림이 있었다.
어쩌면 이 그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
산의 숨결, 빛의 온기, 그리고 생명의 리듬일지도 모른다.
사진 한점이 이렇게 깊고 풍요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만난 셈이다.
이 그림 앞에서 나는 잠시나마 세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순간을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