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B.O.S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그림 속 만남
자하미술관에서의 깊은 감상 후, 언덕을 내려오던 길.
우연히 마주한 한 갤러리의 커다란 통창 너머로,
화사하고 동화 같은 그림들이 나를 불러 세웠다.
자석처럼 끌리듯,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 안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갤러리의 관장은 환한 미소로 반겨주며,
한 분의 나이 지긋한 할머니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 그림들의 작가님이세요.”
놀라움과 함께 눈길을 돌리자,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닌 작은 체구의 작가님이 서 계셨다.
올해 여든, 그러나 소녀처럼 맑고 따뜻한 눈빛을 지닌 분.
70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 어느덧 10년 넘게 붓을 들고 계시다니—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미국의 할머니 화가 모리스가 떠올랐고,
머지않아 이 분 또한 ‘한국의 모리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솟았다.
그림 속 세상은 현실이 아닌,
마치 행복이라는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동화 같았다.
그림마다 꽃이 피어나고, 새가 날고, 온 세상이 웃고 있었다.
설명을 하시는 작가님의 목소리엔 총기가 넘쳤고,
그 눈빛은 본인의 그림처럼 따뜻하고 맑았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진정한 인생의 화가.
존경스럽고 경이로웠다.
잠시 후, 나는 작가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고 말씀드리자
작가는 조심스레 내게 글 한 편을 부탁하셨다.
뜻밖의 제안에 순간 당황했지만,
용기를 내어 짧은 글을 써 읽어드렸다.
그러자 작가님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고맙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건네셨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그림과 글로 맺어진 인연.
그 안엔 단순한 만남 이상의 울림이 있었다.
한 편의 그림이, 한 줄의 문장이,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마음이 얼마나 큰 감동이 되는지를 몸으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연히 만난 하루였지만,
그 하루는 결코 가벼운 우연이 아니었다.
예술이 전해준 선물,
사람이 준 따뜻한 온기,
그리고 글로 이어진 소중한 인연.
오늘, 나는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하루를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