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트라이폴드 라이딩
늘 인생은 알 수 없는 행로라는 걸 오늘 또 실감했다.
일행과 함께 철원 라이딩을 나섰다. 내리쬐는 태양은 여전히 여름임을 실감하게 했지만, 자전거에 올라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는 무더위마저 잊게 하는 상쾌함이 있었다.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땀은 쏟아졌지만, 속도를 가로막는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청량했다.
전방 지역답게 길가에는 지뢰 조심 안내판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그 지뢰밭을 곁에 두고 달리는데, 매미소리가 하늘마저 뒤덮을 듯 쩌렁쩌렁 울렸다. 고석정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은 직탕폭포와 횃불전망대를 거쳐 노동당사까지 달렸다. 한때 공산당의 본거지였던 그곳, 숱한 인사들이 주검으로 실려 나왔을 그 건물은 이제 세월의 무게에 퇴색해 내려앉아, 그날의 상흔들을 세월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다시 페달을 밟아 백마고지로 향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이, 더는 달려갈 수 없는 끊어진 동맥임을 말해주었다. 분단의 실체가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아침도 거른 채 달린 탓에, 동네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반찬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맛있어, 일행과 함께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다.
고석정으로 돌아가려는데, 달리던 자전거에서 이상한 느낌이 전해졌다. 뒷바퀴에 또 펑크가 난 것이다. 지난 석모도 일주 때에 이어 두 번째. 이번엔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것 같다. 일행의 라이딩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먼저 가라 하고, 나는 자전거를 끌고 동네 길가의 고목나무 아래 놓인 의자에 앉았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쐬니, 객지의 낯선 풍경 속에서도 뜻밖의 여유가 스며들었다.
다시 고석정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계속 실패. 버스는 45분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콜이 되지 않는 택시를 포기하고,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여전히 매미는 울어대고, 내리쬐는 햇살 속 바람은 청량하기만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긴 시간, 나는 사색에 잠기고, 글을 쓰며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계획대로 달리는 길만이 여행이 아니었다. 때로는 멈춤과 우회가 진짜 풍경을 보여주고, 불편이 오히려 마음을 풀어놓았다. 펑크 난 바퀴와 매미 소리, 그리고 기다림 속의 바람이 오늘 하루를 완성해 주었다. 인생도 아마 그럴 것이다. 목적지에만 매달리다 보면 놓치고 마는, 뜻밖의 여유가 가장 소중한 순간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