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위에서 만난 노을

by 청일

자전거 위에서 만난 노을


해가 저물기 전, 남아 있는 햇살을 친구 삼아 자전거 도로로 나섰다. 로드는 늘 목표지점을 향해 곧게 달려가지만, 나는 미니벨로를 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고개를 들어 구름과 하늘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동행이기 때문이다.


속도가 만들어내는 바람에 자연이 건네주는 바람이 겹쳐지자, 더할 나위 없는 신선함이 스며들었다. 집 안에만 머물렀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바람이었다. 며칠 전 쏟아진 호우로 천변의 길은 어수선했지만,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청명했다.


길가에는 며칠 전까진 보지 못했던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하늘은 붉은 노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런 노을을 더 볼 수 있을까. 분명 젊을 적보다 지금이, 더 많은 시간을 노을과 마주할 수 있는 시기일 것이다. 붉게 타오르며 저무는 노을은, 내가 바라는 노후의 모습과 겹쳐져 묘한 애잔함을 남겼다.

자전거를 달리는 내 등 뒤로 노을이 번졌다.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는 노을. 다시는 볼 수 없을 풍경이라 생각하며 페달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 순간, 믿기 힘든 장엄한 자연의 얼굴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원히 간직할 수 없는 찰나의 아름다움이었기에, 사진으로라도 붙잡고 싶었다.

곧 어둠이 밀려들고, 붉게 타올랐던 하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보지 않았다면 영영 알 수 없었을 풍경, 그러나 보았기에 행복했다.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어둠 속에서도 다시 페달을 밟는다. 언젠가 또다시 길 위에서 새로운 노을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나는 오늘의 노을을 가슴에 담은 채, 다음 노을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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