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 수업으로 만난 사진
1. 책에서 다시 만난 기억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을 다시 읽고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그때도 ‘심미안’이라는 개념은 내게 사물을 바라보는 기준을 점검하게 했고, 나의 취향과 맞물려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구입해 펼쳐 보았다. 읽었던 기억이 선명한 구절도 있었고, 마치 처음 읽는 듯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오늘은 특히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2. 젊은 날의 필름 사진
30대 시절, 사진을 찍겠다며 산과 들을 오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전이라 필름 한 통에 담을 수 있는 24컷은 그야말로 소중했다. 값도 만만치 않았기에 세 통 정도를 사서 최대한 아끼며 셔터를 눌렀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허리를 낮추고, 호흡을 고르고,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3. 바람꽃 앞에서
특히 바람꽃은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 연약한 꽃을 제대로 담으려면 몸을 땅에 바짝 붙이고 숨죽이며 기다려야 했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꽃 한 송이를 찍기 위해 산 능선에서 포복 자세로 시간을 보냈던 날이 떠오른다. 복수초, 얼레지, 이름도 아름다운 수많은 야생화들이 내 청춘의 앨범에 남아 있다. 함께 다니던 이들은 이제 소식조차 닿지 않고, 고인이 된 분도 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쓸쓸하기도 하다.
4. 잠들어 있던 카메라들
펜트리에 고이 모셔두었던 카메라 가방을 열자, 28-105, 50, 100, 300mm 렌즈와 접사 렌즈들이 보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수십 년 동안 빛도 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던 장비들. 이제 다시 내 곁에서 여행을 함께할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카메라 손잡이는 삭아 녹이 슬었지만, 그 속에 담긴 기억만은 여전히 선명했다.
5. 다시, 렌즈를 들다
30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은 다시 피어오를 수 있다. 필름 카메라는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오래전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가 당분간 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제는 연륜이 더해진 눈으로, 심미안을 가진 시선으로, 사물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다시 렌즈에 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