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자전거길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밀려올 때면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달려간다. 무슨 생각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페달에 마음을 싣는다.
계절이 바뀌는 시절의 공기는 색다르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여름의 마지막 기운이 겹쳐져, 후덥지근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이 동시에 몸을 감싸고 지나간다. 두 계절을 한 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음이 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왕숙천을 지날 때도 두 가지 바람이 동시에 스쳤지만, 주로 와닿는 것은 선선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한강으로 접어들어 잠실과 성수를 지날 때는 여전히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늦은 시간이건만 자전거길은 달리는 이와 걷는 이들로 가득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녁을 보내는 풍경 속에서 나는 삶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본다.
트라이폴드로 달리면 속도가 느려 풍경이 내 곁을 오래 머문다. 덕분에 흘러가는 장면들을 더 깊게 바라볼 수 있다. 익숙해진 한강의 야경을 곁에 두고 달리는 길은 이제 편안하다. 왕숙천의 끝에 다다르면 탁 트인 한강이 호수처럼 펼쳐진다. 풍부한 물줄기가 도도히 흘러가는 모습은 이 땅의 젖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SUV 차량의 트렁크를 열고 간식을 나누는 연인,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스쳐 간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누리는 모습은 평화롭고, 그래서 더 빛난다. 나는 그 곁을 지나며 다시 페달에 힘을 준다.
잘 포장된 평탄한 길은 속도를 즐기는 로드 자전거족에게는 천국이다. 라이트를 밝히고 재빨리 질주하는 젊은이들, 느긋하게 MTB를 타는 중년, 미니벨로로 흐름을 따라가는 사람들. 한강의 자전거길은 세대와 속도의 차이를 품어내며, 그 다양성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뚝섬 부근에 이르면 강변에 들어선 카페와 편의점,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맥주를 나누는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강은 이렇게 매번 다른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마음속을 채우던 답답함이 어느새 사라지고 고요한 평온이 스며든다.
삶이 벅찰 때 나는 한강을 달린다. 땀을 흘리며 바람을 가르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 달리는 행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내 안의 무게를 바람에게 건네는 의식이다. 한강 위를 달리는 바람은 언제나 나를 다시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