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배우는 인생

자전거 라이딩이 가르쳐준 교훈

by 청일


머리가 생각을 지시하고 몸이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러나 자전거 위에서는 그 질서가 뒤바뀌는 순간이 있다. 장거리 라이딩에서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면, 세상은 풍경을 거두어들이고 나와 자전거만이 남는다. 그때 다리는 더 이상 뇌의 명령이 아닌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움직인다. 머리는 공허 속에 잠기고, 다리는 독립된 또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머리는 하얘지고 다리는 쉼 없이 돌아가는 그 순간, 명상을 따로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무상(無想)의 세계로 들어간다. 목표한 지점을 향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이며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낼 때, 온몸의 신경은 오직 페달에만 집중된다. 몸은 극한에 다다르지만, 마음은 오히려 투명해지는 역설의 순간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 힘든 길을 왜 달리느냐”고. 그러나 한계 너머에서 맞이하는 성취의 희열은 말로 전하기 어렵다. 특히 오르막길. 장거리에서 피할 수 없는 그것은 인생의 숙명처럼 다가온다. 숨을 쥐어짜며 기어이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기진맥진한 몸 속에서도 커다란 환희가 터져 나온다.


이어지는 내리막은 또 다른 선물이다. 고생 끝에 오는 낙, 그 반전의 묘미는 언제나 짜릿하다. 하지만 내리막은 늘 짧다. 한 시간을 끙끙대며 올라온 길도 불과 몇 분 만에 평지로 이어진다. 너무 짧은 보상이지만, 그래서 더욱 달콤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기묘한 균형을 뒤로하고 다시 평범한 페달링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또 다른 고개를 만나고, 다시 내려선다. 그렇게 반복되는 길 위에서 나는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체득해 나간다.


자전거 위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인생도 이와 같다는 것을. 힘든 시간이 더 길고, 기쁜 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하지만 그 짧은 기쁨이 있기에 긴 고통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한의 순간에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페달을 멈추고 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단순히 거리를 달린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고 삶의 리듬을 배웠다. 자전거 위에서 펼쳐지는 작은 우주 속에서, 나는 오늘도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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