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와 함께한 비 내린 날의 라이딩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세상을 단숨에 물의 왕국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모찌와의 라이딩을 그려보았지만,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는 모든 계획을 삼켜버리는 듯했다.
그러나 늦은 오후, 빗줄기가 그쳤다.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에 덮여 있었지만, 그 침묵 속에서 계획은 실행되었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비를 맞더라도 부딪쳐보는 편이 낫다고.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스스로에게 되뇌며 페달에 발을 올렸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모찌를 바구니에 태웠다. 그의 눈빛에는 의문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다. 천변으로 향하는 길에 간간이 산책객들이 보였지만, 자전거를 타는 이는 나뿐이었다.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무겁게 드리웠지만, 비가 오면 잠시 피했다가 다시 달리면 되리라는 마음으로 한강을 향했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는 빗물이 군데군데 거울처럼 고여 있었다. 속도를 줄이고 물웅덩이를 피해 조심스레 나아갔다. 여느 때보다 느린 속도의 라이딩이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찌는 바구니에서 무심히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생애 첫 라이딩이 아직 낯선 모양이었다.
어둠은 빠르게 내려앉았다. 라이트를 켜고 길을 헤쳐나가던 중, 꽃밭 한쪽에서 코스모스 한두 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철이지만, 곧 9월 말이면 이곳은 분홍빛 물결로 가득 찰 것이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코스모스, 곧 단풍과 눈 내리는 겨울이 뒤따를 것이다. 계절은 쉼 없이 돌고 도는데, 나이는 그 계절을 따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문득 그 사실이 가슴을 스쳤다.
모찌의 나이가 벌써 열 살을 넘었다. 가끔은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며 앞이 캄캄해지곤 한다. 하필 어제는 옆동네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남의 일이 아니기에 더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오늘 모찌와 함께 달린 이 시간이, 우리에게 새로운 추억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젖은 길 위에서 나눈 이 소중한 순간들이.
바라건대, 함께하는 그날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머물러 주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소소하지만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