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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24. 2023

세탁건조기 예찬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이다.

주거지를 만들기 위해 평생 개미처럼 일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나마 그런 생활의 끝에 내 집 하나라도 장만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집 없는 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내 삶을 돌아보면 반지하 전세부터 시작된 신혼집은 처음부터 삶이 순탄치 않음을 알려주었다. 비가 갑자기 퍼붓기라도 하면 하수구가 역류하며 거실과 방까지 물이 들이찼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도 세찬 빗줄기 소리라도 들리면 집에 혹시 물이라도 들이차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내는 불안한 신혼집이었다. 아침 이부자리를 개키면 이불아래엔 눅눅한 습기가 가득했고 가구뒤엔 곰팡이가 불결한 꽃들을 활짝 피웠었다.  


채 1년을 못 채우고 우리의 신혼집은  반지하를 벗어나 어엿한 1층 집으로 이사를 하지만 경춘선 철로옆이라 수시로 지나가는 기차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주택 전세를 전전하며 살아가다 아파트에 전셋집을 구했을 땐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모르겠다

그렇게 주거의 공간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바뀌어 갔지만 바뀌지 않은 하나의 생활패턴이 있었다면 그건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세탁통에서 빨래를 들어내고 건조대에 널어서 말리고 다시 건조대에서 걷어내어 개키는 일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결혼 생활 30년 동안 진화라는 단계를 모른 체 변함없이 이루어졌었다.


적어도 이곳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기까지는 빨래의 진화과정은 없었다

새가구를 구입하고 새 가전제품을 깔 맞춰 구입을 하는 김에 우리도 건조기라는 것을 구입하였다.


그 신물을 경험하고 난 바로 후회했다. 왜 진즉에 이걸 구입하지 않았는지 후회막급이었다. 세탁기에서 나오는 빨래는 바로 건조기로 옮겨지고 그리고 개운하게 마른빨래들이 건조기애서 기지개를 켜며 나왔다. 빨래 건조대에 널고 말리고 다시 건조대에서 내려서 개켜야 하는 번거로운 일정들이 거짓말같이 사라져 버린 빨래의 순환구조는 내게는 일생일대의 혁명과도 같았다.


이 편한걸 왜 이제야 샀는지 후회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동안 그 수고로운 일들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몇 달이나 될까.  아까운 시간들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그동안 생활의 편리함을 위하여 사용하는 수많은 기계들 중 단연코 건조기의 탄생은 세탁기의 탄생에 버금가는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아직 건조기의 혁명을 모르는 분들이 있다면 빨리 그 신세계를 경험해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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