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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23. 2023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신가요?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

형은 나보다 6살이 많지만 일 년 일찍 입학을 하는 바람에 형의 친구들은 나보다 일곱 살이 많다.  형의 친구들이 50대 초중반에 하나둘 잘 나가던 직장을 은퇴하고 이후의 삶을 어찌 살아가는지를 형의 얘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특별히 노후 준비를 해 놓지 않은 그들은 직장 생활 중 한 번도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일들을 매일 놀고먹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이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내게도 시간이 흐르면 닥칠 나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뭐라도 준비를 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커피를 배우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탑골 공원을 기웃거리며 남은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는 모습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게 커피는 나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 그래서 더 깊이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드립커피를 좋아한다. 싱글 오리진으로 내려진 커피는 그 커피만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늘 새로운 커피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다.


일상의 일들에 힘들고 지쳤을 때라도 기어코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드립커피를 내리는 그 행위 자체가 주는 마음의 고요함과 평화로움 때문일 거다.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고 드리퍼에 필터를 안착시키고 원두를 재우고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맞이하는 원두들의 아우성들을 듣고 온몸으로 커피 향을 발산해 내는 원두가루들은 마치 이 순간을 위하여 해발 1800미터 고산지대에서 낮에는 뜨거운 태양과 밤엔 차가운 밤공기를 이겨내며 240도의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한 몸 온전히 희생하며  짙은 브라운의 자태로 태어나서 이제야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절정의 몸짓을 하고 있다.


이 경이로운 순간들을 하루에도 두세 번씩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지 모를 일이다.매일매일 함께하는 커피는 내 생을 위로하고 축복하고 격려해 주면서 나와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어느 날 나는 어느 카페에서 나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오신 손님을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 제사장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한잔의 커피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커피 향 가득한 카페에 앉아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것이고 쓰고 싶은 글을 언제든 써 내려갈 것이다.  커피와 독서와 글쓰기는 나의 노후를 대체할 요소들이 될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한다면 라이딩이 될 것이다.

한강 어느 자전거도로엔 쫄쫄이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가 백발을 휘날리며 힘껏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일상의 모습들을 하루하루 차곡차곡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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