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 장 미셸 바스키아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그래피티(거리 낙서)로 출발한 현대미술의 전설적인 화가다.
그는 거리의 혼돈, 인종차별, 가난, 고독을
강렬한 색채와 원시적인 선으로 표현했다.
그림은 그의 언어였고, 거칠고 불안한 선 속에서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상처가 터져 나왔다.
스물일곱의 짧은 생을 마쳤지만,
그의 예술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자기 존재를 외치는 진짜 목소리’로 남아 있다.
파란색의 흐릿한 배경 위,
빨간 두건을 쓴 인물이 웃고 있다.
그녀는 노파지만, 눈빛은 아이처럼 반짝인다.
손엔 지팡이를 쥐었지만,
그 몸짓에는 어딘가 힘이 느껴진다.
바스키아는 현실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는다.
삐뚤어진 선, 덧칠된 색, 미완의 형태 —
그 모든 것이 인간의 내면을 더 솔직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림 속 노파는 어쩌면
삶의 무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초상이다.
붉은 신발은 의지의 색,
푸른 배경은 슬픔의 무게,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은
‘살아내는 인간’의 모습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일의 일이다.
누구에게나 내일이 약속된 것은 아니다.
누구든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내는 일은
하루의 반복이 아니라,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한 노파가 있다.
세월의 무게를 짊어졌지만,
그녀의 얼굴엔 절망이 아닌 평온이 있다.
빨간 두건과 빨간 구두.
그 생생한 색감 속에서
나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를 본다.
그녀의 지팡이는 단지 균형을 돕는 도구일 뿐,
삶의 중심은 여전히 그녀의 두 발에 있다.
그녀는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걸음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낸다.
그 모습은 마치 고목만이
지닐 수 있는 경외감이며
시간의 바람을 이겨낸 자의
당당함 같다.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그녀는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미소에는 지난날의 피로가 아니라,
오늘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만의 단단함이 있다.
우리는 종종 내일을 기다리며 산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을 산다.
내일의 태양이 아니라,
오늘의 태양을 바라보며.
그녀의 삶은 말해준다.
“후회 없는 인생이란,
내일을 기다리지 않고
오늘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러니,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지 말자.
오늘의 태양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