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ed to the Universe 시오타 치하루
필사
시오타 치하루 (Chiharu Shiota, 1972~)
일본 오사카 출생의 설치미술가로,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실, 의자, 침대, 옷, 문 등 일상의 오브제를 매개로 ‘기억’과 ‘존재’, 그리고 ‘관계’를 주제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수천 가닥의 실로 공간 전체를 뒤덮는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연결되어 있는 삶의 인연과 감정의 결을 상징한다.
그녀에게 실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흔적’이며,
그 속을 걸을 때 우리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짙푸른 물감이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화면을 가득 메운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속엔 수많은 거품 같은 원형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것은 바다이자 우주이며,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가는 생의 숨결처럼 보인다.
두사람을 연결하는 실은
마치 작은 침대나 인연의 다리처럼,
이 거대한 푸른 회오리와 인간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 같다.
시오타의 작품 속 ‘실’은 여기서도 형태를 달리하며,
우리 모두를 보이지 않는 실타래로 연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타래로 연결된 우리
푸른색의 실들이 소용돌이치며 서로를 감싼다.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연의 결이
고요히 숨 쉬고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
기억, 관계, 시간, 그리고 마음의 흔적들.
그것들이 얽히고 엉켜 하나의 거대한 생의 구조를 이룬다.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속 문장처럼,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다.”
살아간다는 건 그 봉투를 하루씩 열어보는 일이며,
그 안에서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발견하는 일이다.
삶은 여전히 어렵다.
때로는 기쁨에 찬 순간도 있지만,
그 기쁨은 늘 불안정한 줄 위에서 흔들린다.
관계는 수학공식보다 복잡하고,
내면은 끝 모를 심연처럼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이유는 아마도 그 모든 불확실 속에 깃든 ‘살아 있음’의 온도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의 해가 아무렇지 않게 떠오르듯,
오늘이라는 하루도 언젠가는
다시 오지 않을 기적일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삶은 새로운 형태의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푸른 실타래의 세계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건 단순한 색의 덩어리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미세하게 떨리는 마음의 파동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있고,
그 연결이야말로 존재의 증거다.
삶이란 결국,
그 실 위를 조심스레 걸어가는 일이다.
서로의 온도를 느끼며,
때로는 얽히고, 또 풀리며,
결국은 한 줄의 선으로 이어지는 여정.
서로의 온기가 전해지고,
그 따뜻함이 세상을 지탱한다.
유한한 생의 진리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맞이하는 일
어쩌면 그것이
이 불안한 세계 속에서
가장 단단하게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 푸른 실타래 안에서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이어져 있는,
하나의 생명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