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준공 100주년 기념전시
서울역은 오늘도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인파의 물결이 쉼 없이 흐르고, 그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스쳐간다.
100년의 시간을 품은 이곳은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이별의 눈물과 상봉의 기쁨이 동시에 교차하는 장소다.
백년의 역사가 지금,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1925년, 조선의 동맥으로 태어난 이곳은
일제의 수탈과 통치의 상징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독립열사들이 드나들던 길목이기도 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서울역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한 시대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해 왔다.
옛 사진 속 인물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살았지만
분명 우리처럼 하루를 살아내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후손들이 오늘의 서울을 걷고,
또 다음 세대를 향해 길을 내고 있다.
이곳은 일제의 아픔을 기억하고,
6·25의 상처를 품은 채,
근대와 현대가 맞물려 성장한 공간이다.
기차의 굉음과 함께 울고 웃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모든 시간이 이 역에 고요히 스며 있다.
나혜석 화가는 이곳, 경성역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파리까지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당시 그 여정이 얼마나 먼 길이었을까.
지금의 서울역은 남에서 올라온 승객과
남으로 향하는 사람들만이 오가는 분단의 역이 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세계를 잇는 국제역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백년 후의 세상을 누가 감히 다 짐작할 수 있을까.
내가 살아온 60년만 돌아보아도
상상조차 못 했던 변화들이 쏟아졌는데,
다음 세기의 세상은 그보다 더 놀라운 빛으로 펼쳐질 것이다.
부디 그 시대의 서울역은 더는 아픔을 품지 않고,
국경과 이념을 넘어 세계를 잇는
참된 ‘국제정거장’으로 서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