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일 필사 Day 24

레드. 마크 로스코

by 청일

필사

1. 작가소개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로, 추상표현주의 화가 중에서도 ‘색면화(Color Field Painting)’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로스코는 형태나 구체적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한 채, 색 자체로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색의 병치가 아니라, 깊은 명상과 내면의 울림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그에게 색은 언어였고, 영혼의 울림이자 인간 존재의 비가(悲歌)였다.


2. 작품 설명


〈Red〉, 1950년대

로스코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붉은색의 두 개의 색면이 층을 이루며 화면을 채운다.

화려함보다 고요하고, 강렬함 속에서도 깊은 침묵이 느껴진다.

붉음은 단순히 생명의 에너지나 열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이 공존하는 인간 내면의 감정을 담고 있다.

그는 색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여, 보는 이가 색과 감정의 경계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이 붉은색은 생의 뜨거움이자, 소멸 직전의 마지막 숨결이다.


3. 나의 감상

붉은 하루, 살아 있음의 증명


납골당에 간 적이 있다.

나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

오래도록 살다 간 이,

그리고 아직 꽃도 피우지 못한 아이들까지.


그곳은 나이와 사연의 구분 없이,

이미 생을 마감한 이들이 모여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 세 가지였다.

출생일, 사망일, 그리고 이름 석 자.

그 짧은 기록이 한 인간의 전부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었던 현재는 모두 과거가 되었고,

미래는 봉인된 채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서 나는 느꼈다.

삶이란 결국…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을.

내일은 누구에게도 약속되지 않았고,

오늘은 언젠가 반드시 어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때 떠오른 색이 있었다

붉은색.


로스코의 Red.

뜨겁고도 고요한 생의 색.


그의 붉음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건 존재의 온도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들며 서 있는

인간의 심장이었다.


붉은 화면 앞에 서면,

나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살아 있다는 감각,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얼마나 찬란한 일인가.


붉은빛은 내게 속삭인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아직 살아 있고,

너의 시간은 지금 여기에서 타오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건,

보는 것이다.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고,

붉게 타는 노을에 마음을 적시는 일.

그 모든 순간이, 삶이다.


오늘 하루가 붉게 피어나길.

그리고 내 삶 또한

그 노을처럼 타오르다 사라지길 바란다.


그렇게 사는 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