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나누는 하루
오늘은 은평구 갈현동, ‘재미와 의미‘ 공방으로 향하는 길부터 마음이 설렜다.
예교리 고급 3·4기 선생님들이 함께하는 리부트 캠프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누군가의 재능이 누군가의 배움이 되고, 또 그 배움이 다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외부 강사가 오신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리 교육생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서로의 달란트를 기꺼이 나눴다.
오늘의 수업은 가죽공예를 하시는 동기분이 진행해 주셨다.
테이블을 가득 채운 가죽 재료들과 설렘 속에서 우리는 지갑을 만들고 알파벳 키링을 만들었다.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의 뜻도 다시 새겼다. 작은 조각 하나가 나만의 작품으로 손끝에서 완성되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뿌듯함이 차올랐다.
색을 고르고, 알파벳을 고르고, 비즈를 고르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왜 그렇게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수업이다’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스쳤다.
2부 수업은 공방을 운영하는 동기생이 진행했다.
그림책을 한 권씩 건네고, 그중 마음에 닿는 한 페이지를 골라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12명의 교육생을 세밀하게 관찰해 각자의 내재된 캐릭터에 맞는 그림책을 골랐다는 사실이었다.
서로의 말과 표정, 지난 시간 동안의 내면의 결들을 그토록 정교하게 알아봐 주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게 건네진 책은 라스칼 작가의 〈오리건의 여행〉.
자립 청년들을 교육하던 내 경험을 떠올리며
누군가에게 삶의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 책을 골랐다고 했다.
그림책 속 이야기처럼,
서커스단 곡예사 듀크가 곰 오리건을 훈련시키다 결국 숲에서의 삶을 허락해 주는 여정은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고 기꺼이 보내주는 마음과 닮아 있었다.
“ 나의 짐, 그의 짐
누구나 자기의 힘듦이 가장 크다고 느낀다.
나의 불안, 나의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짐이 타인의 짐보다 더 커 보이고
내 십자가가 그의 십자가보다 더 무겁다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문득 깨닫는다.
내가 지고 있는 것은 나무로 된 가벼운 십자가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정작 철십자가를 짊어지고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내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오늘 그림책 한 권이 그런 깨달음을 건네주었다.
나는 내가 지닌 무게만 바라보느라
다른 이의 어깨 위에 놓인 쇳덩이를 보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나의 십자가는 구름처럼 가벼워졌다.
오늘의 나는 그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가끔은 이렇게 책 한 장이 조용히 알려준다. “
나는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선택하고 10분 동안 글을 썼다.
그리고 각자가 고른 장면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나누었다.
놀라운 건 모두가 그림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글을 읽으며 울컥하기도 했다.
아마도 정확하게 ‘자기 자신’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책 한 권이
삶을 돌이켜보고, 나를 다시 만나는 깊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남은 한 번의 수업에서는 송년회도 함께한다.
한 해의 끝이라는 아쉬움과
이 배움의 시간이 끝난다는 서운함이
겹겹이 쌓여올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하나.
이 길을 함께 걸어준 동기들,
기꺼이 리더가 되어준 임지영 작가님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가 샘처럼 흘러나온다는 것.
리부트 캠프 6회 차,
오늘의 배움과 웃음과 감동은
오랫동안 따뜻한 빛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