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라이딩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라는 노래가 있지만,
결국 가을은 떠남의 계절이다.
이별을 품고, 다시 올 계절을 약속하는 시간.
오늘 나는 그 가을을 만나러 한강으로 나갔다.
브롬톤 가방에는 오래된 카메라 하나.
라이딩과 사진, 두 가지를 함께 품은 출발이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더 천천히, 더 깊이 바라보게 된다는 뜻.
스쳐 지나갈 수 없는 풍경들이
나를 자꾸 멈춰 세웠다.
브롬톤을 세우고
작은 뷰파인더 속에 가을을 조용히 담았다.
몇 달 전, 코스모스가 넘실대던 들판은
이미 황톳빛 대지로 바뀌어 있었다.
찬찬히 계절이 한 장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페달을 밟아가는데
MTB 한 대가 가볍게 나를 지나쳤다.
문득 작은 목표가 생겼다.
저 자전거를 따라잡아보자.
열심히 페달링 하자
어느새 50미터 거리까지 좁혀져 있었다.
왕숙천을 건너는 다리까지 따라가 보기로 했고
드디어 그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다시 내 속도로 돌아오자
그 자전거는 금세 먼 점이 되어 사라졌다.
그때 문득 마음 한 구석이 조용해졌다.
타인의 속도는 내가 흉내 낼 필요가 없다는 것.
나는 결국 나의 리듬으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
간단한 진실이지만
내게는 자주 놓치던 깨달음이었다.
가을빛이 깊게 내려앉은 가로수길을 지나며
핸드폰과 카메라로 떠나가는 계절을 한 컷씩 남겼다.
두 시를 넘기니 배가 고파왔다.
근처 편의점에서 한강라면을 주문하고
아침에 남겨둔 김밥을 곁들여 조촐한 점심을 차렸다.
라면과 김밥.
언제 먹어도 완벽한 조합.
따끈한 국물은 차가워진 몸을 데워주었고
집에서 가져온 따뜻한 커피는 오늘을 더 포근하게 만들었다.
바람은 어느새 더 차가워졌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이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긴 여행이든
잠시의 외출이든
끝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항상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