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 in 게스트하우스 뚝도
임지영 작가가 진행하는 리부트 캠프에는 열두 명이 함께한다. 그중 세분은 이미 출간 작가이고, 세분은 미술 작가다. 재능 넘치는 이들 사이에 있으면 때때로 위축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은 멤버 중 한 분의 전시가 있어 몇몇 동료들과 함께 성수로 향했다.
핫한 성수 한복판에, 이렇게 시골 장터 같은 재래시장이 남아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름조차 생소한 뚝도시장 골목 깊숙한 곳. 그 안에 다소 엉뚱하게 자리한 작은 갤러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생경한 조합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장의 소음과 냄새, 그리고 그 한가운데 놓인 정적의 예술 공간. 그 대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함이 있었다.
일곱 명의 작가가 함께한 이번 전시는 각자의 색과 결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 있었다. 하나의 전시를 위해 열 번이 넘는 회의를 거치고, 콘셉트를 다듬고, 주제에 맞춰 영상까지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작품 사이에 서 있을 때, 그 노력이 보이지 않게 스며 있는 듯한 진한 온기가 느껴졌다.
특히 우리 동기인 조상윤 작가의 이번 작업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를 위해 직접 인스타그램까지 운영하며, 시장 골목 안 갤러리의 정체성을 예술로 번역한 그의 기획력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마음의 결’을 시각화했다. 반투명의 천이 겹겹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스며 나오는 빛은 마치 사람의 내면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어떤 정서를 닮아 있었다.
작가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관객은 꽈리의 세 층위를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마치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빛을 통해 전달되는 다정한 온기가 우리를 이어준다고 믿습니다.”
작품 앞에 서 있는 순간, 심장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겹겹의 마음이 끝내 하나의 형태로 드러나는 과정.
서로 다른 결이 결국 하나의 빛으로 모여 나오는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보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느끼는 것에 가까웠다.
미술 전공자들 사이에서 비전공자인 그가 보여준 예술의 깊이는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작품을 준비하며 느꼈다는 ‘창작의 즐거움’도 말해 주었다.
나는 아직 창작의 고통도, 그 희열도 온전히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 기쁨이야말로 예술가들이 다시 붓을 들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끝없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만들어낸 이번 프로젝트가
그의 예술적 여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결이 되었길 바란다.
그리고 그 결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따뜻한 흔적으로 오래 남길 바라며,
나는 오래도록 작품 앞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