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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29. 2023

금발의 여인과 함께한 게이샤!

에스메랄다 농장 방문기

코스타리카 따라주 지역의 커피농장 방문을 마무리하고 우리 일행은 다음 목적지이자 이번 커피 산지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에스메랄다 게이샤농장으로 향하게 된다.  쌍발기의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 이국적인 모습의 다소 황량한 파나마 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다시 숙소이자 에스메랄다 농장이 있는 보께떼라는 도시로 향하였다


도시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착한 호텔도 우리가 생각하는 호텔과는 전혀 거리가 먼 시골에 위치한 허름한 모텔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여장을 풀고 우리 일행은 동네 산책을 했다. 대부분 파나마는 처음 방문한 나라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는 파나마 운하정도만 알고 있던 터라 딱히 이 나라에 대해 아는 지식은 없었다. 그래도 커피라는 것을 통해 이 나라를 좀 더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동네에 커피집도 있어서 일행은 이 동네 커피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여 들어가서 커피를 마셔보았지만 그다지 맛있는 커피는 아니었다. 게이샤 농장이 즐비한 곳이니 게이샤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할거 같았지만 게이샤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일정이 나는 너무도 기다려졌다. 에스메랄다 농장을 방문하고 농장에서 생산되는 게이샤 커피를 커핑하고 농장주의 집을 방문해서 그곳에서 그들이 준비한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일정이었다.


어떠한 사람들이 게이샤 커피를 생산해 내는지 어떤 커피나무가 게이샤 나무인지 내심 궁금하였다. 이제 그 궁금증을 내일이면 다 풀어낼 수 있었다.

기대에 찬 밤을 보내고 이른 시간 우리 일행은 에스메랄다 농장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이윽고 차량이 도착하고 일행은 꿈에도 그리던 농장으로 향하였다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는 2003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서 1위 커피로 등극을 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그해 게이샤 농장이 있는 도시 전체에 커피 역병이 불어닥치고 대부분의 커피가 역병으로 인하여 수확을 포기하고 있을 즈음 농장주는 계곡 근처에서 역병을 비껴간 빨간 체리가 달려있는 커피나무를 발견하게 된다. 농장주는 그 체리를 수확하고가공해서 대회에 출품을 하게 되는데 그 커피가 바로 게이샤 커피였다.


게이샤라는 품종은 원래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고 코스타리카에 이식하여 자라게 되었는데 다시 이 커피나무가 파나마 보께떼지역의 에스메랄다 농장에 이식하여 키워지게 된다.  


동일한 품종이라도 재배되는 지역의 토양 기후 강수량 재배 방법에 따라서 그 향과 맛을 달리하는데 이것을 총체적으로 떼루아라고 한다. 에티오피아 게이샤를 마셔보면 에스메랄다 게이샤의 맛과 향은 나지 않는다. 마치 전혀 다른 커피를 맛보는 느낌이다. 결국 게이샤 커피나무는 파나마에서 자체 개량되며 새로운 맛과 향을 내는 커피로 재 탄생된 것이다. 이후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단골 원두로 자리매김하며 우리가 감히 맛보기 어려울만큼 비싼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


드디어 고대하던 에스메랄다 농장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는 농장주는 예상을 깨고 젊은 남녀였다. 금발의 긴 생머리의 여인이 누나(Rachel)이고 남자는 동생(Daniel)이었다.  대외적인 농장주 역할을 누나가 책임지고 동생은 마케팅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고 했다.

함께 지프형 트럭을 타고 몇 개의 산으로 이루어진 대형 농장을 견학을 했다. 산중턱에서 바라본 시내의 전경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바라본 보께떼 시내 전경

게이샤 커피나무는 예상보다 훨씬 커보였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체리를 하나 떼서 맛을 보았다. 체리 자체도 코스타리카에서 봤던 체리보다 훨씬 길쭉하고 컸다. 체리를 입에 넣고 조심스레 과육을 맛보았다. 세상에 체리맛이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다니.  그 체리맛만으로도 이 커피의 맛을 짐작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정말 일반 체리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강한 여운을 남기는 확실히 차별이 되는 체리 맛이었다.


농장에는 게이샤 묘목을 키우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보통 커피나무는 12-3년 까지 수확을 하고 베어 내버린다.  그 이후 3-4년생 묘목을 식재해서 다시 커피를 수확하게 되는데 그 묘목들을 이곳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는것이었다. 정말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커피나무는 120살 까지도 살지만 효율적인 커피 생산을 위해서 13년 정도만 키운 다고 한다

어린 커피 묘목을 별도로 관리하는 농장의 모습




생두 제조 공장은 농장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당엔 빨간 체리가 빈틈없이 빼곡하데 널려 있었다 설명으로는 그동안 워시드 공법으로만 생두를 생산했는데 올해부터 네추럴로도 생산해 내기위해서 햇빛에 말리는 중이란다. 다른 한켠에는 워시드 공법으로 제조된 생두들이 파나마의 강렬한 태양아래에서 건조되고 있었다.

에스메랄다 게이샤 농장의 모습

일행은  농장주가 준비해 놓은 커핑을 위한 테이블 쪽으로 모두 모였다. 거의 20여 개의 커핑을 위한 커피들이 놓여있었다. 모두 게이샤 커피였다. 우리는 모두 기대에 찬 표정으로 경이로운 게이샤들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커핑의 시간! 얼마나 바라왔던 일이던가. 어쩜 이 순간을 위하여 긴 비행과 경유를 거치면서 이곳까지 달려오지 않았던가.


커핑은 12그람의 분쇄원두를 커핑볼에 담고 200-240미리의 뜨거운 물을 붓고 향을 맡으면서 4분을 기다려 컵 표면에 떠오르는 크러스트를 커핑스푼을 이용하여 깨고 걷어내면서 올라오는 향들의 변화를 계속 감지해낸다.

그리고 커피가 어느 정도 식을 때즈음 대략 10분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 스푼을 이용하여 슬러핑(입으로 세게 스푼 안의 커피를 빨아들인다)을 하며 커피의 맛과 향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보통은 여러 종류의 커피를 가지고 커핑을 동시에 진행함으로 맛보는 커피들을 모두 삼킬 수 없어서 빈컵을 이용해 슬러핑이 끝난 커피는 뱉어서 버리고 다시 다른 커피를 슬러핑하게 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이 비싼 커피를 버리다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배가 불러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 먹어버릴거야라는 생각으로 커핑에 임했다.


역시 향기와 맛은 그 어떤 커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커피를 모르는 사람도 게이샤 커피는 맛만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였다.(강렬한 꽃향과 재스민향기,상큼한 산미와 망고,파파야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커피맛)그렇게 나는 20여 종류가 되는 커피들을 한 방울도 버리지 않고 다 먹으면서 행복 하기 이를데없는 커핑을 하였다. 아!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커핑은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커핑이었다.


커핑을 마치고 농장주의 집으로 향했다. 집 역시도 농장 안 산속에 워치해 있었다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박하지도 않은 하얀 지붕을 얹은 집은 넓은 정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도 피어있었고 정원은 아름답게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들이 평소 먹음 음식이라며 내놓은 점심식사는 우리가 보기엔 꽤나 훌륭한 식사였다.


그곳엔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 한분도 계셨는데 바로 농장주의 아버지(Price Peterson)란다. 후덕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모두 다함께 하는 식사는 재밌는 얘깃거리와 함께 화기 애애했다. 이들은 사실 모두 캐나다인이었다. 할아버지(Price의 아버지)는 파나마로 건너와서 은행에 근무했던 금융인이었지만 커피 산업의 미래를 꿰뚫어보고 이 농장을 구입하고 개간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선경지명이시다. 덕분에 우리는 세상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농장주인 Rachel과 함꼐

함께 식사를 마치고 역시 게이샤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정말 세상에 이런 호사가 있을까 싶었다.

함께 농장주와 농장의 산책길을 거닐었다. 금발의 미녀 농장주와 함께.  아마도 엄청 부자일 것이다 부러워진다 ㅋㅋ.


갑자기 LG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들도 이 가전제품을 알고 있고 그것이 한국기업인지도 아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한 설명한 내용은 이랬다. 처음 삼성과 금성사는 한국 텔레비전의 양대 산맥이었다.


삼성은 별 세 개가 로고였고 금성은 무슨 왕관 같은 모양이 로고였다. 이후 금성은 럭키금성으로 바뀌고 L 모양에 물결이 아래로 흐르는 로고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Lucky Goldstar는 첫 글자를 따서 LG로 바뀌게 된다. 지금은 뜻풀이를 Life is Good이라고 의미 부여하지만 첨엔 럭키금성이었다.  


이렇게 대략 설명해 주니 아하 그런 뜻이었군요 한다. 괜히 민간외교관이 된기분이들었다. 함께 한 산책도 끝이 나고 우리는 아쉬운 이별을 하고 다시 숙소로 향하였다. 내일은 다시 다른 게이샤 농장을 방문하여 커핑을 진행 할 예정이다. 이 도시의 농장들은 대부분이 게이샤를 생산해 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날은 내 생애 최고의 커피 농장 투어이자 가장 행복한 커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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