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진미술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찾아왔다.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기 쉬운 계절이다.
그럼에도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마음만은 따뜻하기를 바라며
서울사진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3층과 4층 전시실은 60년대 70년대 80년대 순으로
36인의 작가 작품을 정성스레 품고 있었다.
사진은 기록이면서 동시에 질문이 되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이라는 순간을 붙잡고 있었다.
그중 나는 Liminal이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문을 경계로
세상은 다르게 펼쳐진다.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나는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순간 이동을 경험한다.
경계는 단절이 아니라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얇은 틈처럼 느껴진다.
공간의 문지방은 그렇게 오고 감이 자유롭지만
시간의 경계는 다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금단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시간은 늘 앞으로만 열리는 문을
조용히 닫아두고 있다.
전시장 한편에서 만난
김경희 작가의 〈Liminal〉 시리즈는
어릴 적 감광지에 햇빛을 쬐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던 장난감을 떠올리게 했다.
신체의 일부인 발과 다리를
감광지 위에 올려놓고
순간적으로 빛을 쬐어 완성한 작업.
몸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는다.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발의 동작은
이 사진 속에서
땅에 닿지 못한 채 허공에 머문다.
도착 이전의 상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의 모습이다.
경계란 늘 이렇게
머뭇거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 모습은 마치
2025년의 마지막과
2026년의 시작 사이에 놓인
지금의 나를 닮아 있다.
2025년의 세밑,
며칠 남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며
나는 문지방 위에 서 있듯
시간의 경계 앞에 선다.
돌아보는 일조차
이미 지나온 쪽을 향한 몸짓일 뿐이다.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지만
공간은 여전히 익숙한 자리에 놓여 있을 것이다.
이동하는 것은 시간이지
삶의 자리가 아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공간은 남는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과하는
나의 태도만이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지금
그 경계를 넘으려 한다.
마음을 발견하고
몸을 일깨우며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세워둔 계획들 또한
문지방을 넘듯 자연스럽게
다음 시간으로 함께 옮겨가기를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