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대한 단상
나이 듦이라는 예술
새롭게 보는 것, 낯설게 보는 것, 다르게 보는 것.
이것이 예술 정신이라면, 나이 들어간다는 일은 결국 예술인이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짧아지는 생의 주기 앞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전보다 고귀하게 바라보게 되고, 다르게 느끼게 된다.
해마다 맞이하는 사계절이 어릴 적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나는 시간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겪어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도 더 이상 단순한 시작의 계절이 아니다.
어제의 봄과 오늘의 봄 사이에는
내 삶이 한 해 더 놓여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는 쇠약해지고 일상의 활동은 점점 버거워진다. 그러나 그 모든 쇠락 속에서도 축복이라 부를 만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예술적 시각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스며드는 것은, 세상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나의 심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심미안이 자라고, 감각은 깊어진다.
젊은 날의 자유가 끝을 알 수 없는 쪽을 향해 있었다면,
중년과 노년에서 맞이하는 자유는 유한 속에서 발견하는 자유다.
그 자유는 오히려 더 값지고, 더 절실하다.
우리는 그 안에서 비실재적 실재를 더욱 또렷하게 바라보게 된다.
영혼, 사랑, 행복, 신념, 양심, 존중, 영감.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나이가 들며 우리는 그것들의 실재를 알아보고,
삶의 장면 속에서 그것들이 형상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나이 듦이 가져다주는 축복 가운데 하나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힘.
세상을 더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
사람을 사람으로 사랑할 수 있는 힘.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힘.
하루를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힘.
이 모든 것이 세월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말한다면,
젊은이들은 믿을까.
이제야 나는 알 것 같다.
세월이 가르쳐준 의미를.
내 삶은 그렇게,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며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