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때로 찰나의 순간을 박제하고, 때로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한 장의 평면 위에 펼쳐 보인다. 1/50초, 눈을 깜빡이는 사이의 순간부터 1초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궤적까지. 사진은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을 단 하나의 장면으로 남긴다.
문득 계산해 본다. 하루 24시간을 1/50초 단위로 쪼갠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프레임이 만들어질까. 4,320,000. 사백삼십이만. 이 터무니없는 숫자 앞에서 잠시 숨이 멎는다 그 수백만 번의 프레임이 모여야 비로소 ‘오늘’이라는 하루가 완성된다. 그 무수한 프레임 속에 내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하지만 그중 내가 온전히 만족하며 웃었던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삶 전체를 사진의 연속으로 엮는다면, 인생은 헤아릴 수 없는 프레임으로 이어진 거대한 필름일 것이다.
그 많은 시간들이 결국 몇 장의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은 때때로 허무하게 다가온다. 젊은 날의 푸르름 속에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고, 그 시절의 부모님은 지금의 내 나이쯤에서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에 서 계셨다. 찬란했던 그 모든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이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기억의 잔상만 남았다.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다 문득 마주한 얼굴들 앞에서, 참으로 많은 길을 걸어왔음을 실감한다.
웃음과 눈물, 아픔과 좌절, 그리고 환희까지.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지나온 세월이었다. 훌쩍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날의 내가 치열하게 존재했기에 오늘의 내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젊은 날의 나도 나였고, 지금의 나 역시 여전히 나다. 언젠가 백발의 노인이 된 나 또한 변함없이 ‘나’일 것이다. 육체는 서서히 사그라들지언정, 나라는 정체성만은 그 모든 프레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찰나의 순간은 사진 한 컷으로 남아 지난 시간을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이제는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어 사진 찍히는 일조차 망설여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지금의 나를 남겨두려 한다. 먼 훗날의 내가 오늘을 되돌아볼 때, 이 사진 한 장이 이 순간의 공기와 마음을 다시 불러오는 열쇠가 되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