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빚어가는 시간

어른이라는 문턱에서

by 청일


나는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고 싶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누군가처럼 인류애와 박애의 이름으로 거창하게 베푸는 삶도 숭고하겠지만,

내가 꿈꾸는 어른은 조금 더 내밀한 곳에 있다.


나를 온전히 다스릴 줄 알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만큼은 끝내 지켜내는 사람.

그런 정직한 어른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숫자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나를 재촉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매일 그림 앞에 앉아

나를 비추어보는 성찰의 시간을 거치며

나는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나라는 원석을

조금씩 깎고 다듬고 있었다는 것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육체는 성장을 멈추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지금보다 더 높이, 더 깊게

자라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담함,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않는 너그러움,

그리고 흘러가는 세월을

고요히 관조할 수 있는 시선.

이 모든 것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곧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세상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인물은 아닐지라도,

스스로를 반듯하게 세워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요즈음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생각의 바다를 유영한다.

지나온 삶의 여정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뒤를 돌아보는 일 또한

자연스레 깊이를 더해간다.


하루의 루틴을 정해

게으름에 나를 내어주지 않는 사람,

한 끼 식사의 고마움을

온 마음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도

따스한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


지금 나는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

매일의 모난 부분을

조심스레, 그러나 성실하게

둥글려 가며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