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수업
리부트 캠프 시즌2의 두 번째 수업은 내가 맡았다.
무엇을 이야기할지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다. 결국 내가 가장 오래 곁에 두고 살아온 것, 커피를 선택했다. 나에게 커피는 기술이기 이전에 시간이었고,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었다.
수업 당일, 드립 도구와 미리 분쇄해 둔 원두를 쇼핑백에 담아 임채욱 작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손에 익은 도구들이었지만,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사실은 묘한 긴장을 불러왔다. 설렘과 책임감이 함께 따라왔다.
오후 1시, 동기생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지난달 말에 만난 이후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반가움은 늘 말보다 먼저 표정으로 나타났다.
수업은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했다. 각자가 자신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적고,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맞히는 간단한 놀이였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키워드만으로도 주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함께 보낸 시간들이 서로를 충분히 읽게 만들었음을 느꼈다. 동시에 세 개의 단어만으로도 한 사람이 이렇게 또렷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이후 본격적인 커피 드립 수업을 시작했다. 임채욱 작가가 옆에서 보조를 맡아 주었다. 혼자였다면 느꼈을 부담이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한결 가벼워졌다. 커피의 유래와 원산지에 따른 맛의 차이,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맛의 커피를 어떻게 추출하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려보고 맛을 느끼도록 했다.
첫 커피를 마신 순간, 몇몇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맛이 먼저 올라왔기 때문이다. 커피는 신맛, 단맛, 쓴맛의 순서로 추출된다는 설명이 그제야 경험으로 연결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표정들을 보며, 설명이 제대로 닿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모두가 예상보다 더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그 눈빛 앞에서 나 역시 더 성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각자가 직접 드립한 커피의 맛을보며 대부분 스스로의 커피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 만족은 결과라기보다, 과정에 대한 신뢰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JR 드리퍼를 꺼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도구였다. 괜히 물줄기에 더 신경이 쓰였고, 손끝에 집중이 모였다.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이 순간을 함께 잘 건너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추출은 무사히 끝났다. 뜨거운 물을 커피잔에 붓고 그 위에 커피 원액을 조심스럽게 붓자, 연한 커피와 진한 원액이 층을 이루며 갈라졌다. 각자가 조금씩 맛을 보았다. “부드럽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처음 경험하는 질감 앞에서 보이는 반응들이 고마웠다. 누군가의 첫 경험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에 남았다.
수업의 마지막은 임채욱 작가의 이야기였다.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모두가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작품에 담긴 시간과 선택들을 따라가며, 각자 저마다의 생각에 잠긴 얼굴들이 보였다. 그 풍경이 유난히 좋았다.
네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다음 달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만나면 좋은 사람이 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리부트 캠프 동기들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이 시간들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커피처럼, 천천히 그러나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