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직한 궤적, 25미터의 약속

by 청일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일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에 잠기면 수많은 답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나는 결국 ‘운동’이라는 두 글자에 머문다. 흘린 땀방울의 무게만큼, 반복한 연습의 횟수만큼, 운동은 결코 거짓 없이 결과를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새로 수영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의욕이 앞섰던 탓일까, 갑작스러운 근력 운동에 어깨가 비명을 질렀다. 병원에서는 주사 처방과 함께 단호한 권고를 내렸다.

“나을 때까지 모든 운동을 중단하세요.”


결국 일주일간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4주 차에 접어든 지금, 실제로 물속에 머문 시간은 고작 2주뿐이다. 멈춰 서 있는 일주일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식어버리기 쉬운 시간이었다. 자칫 나태함이 스며들 틈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 마음의 끈을 조여 맸다. 다음 달 수영 등록을 마치는 것으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조용히 갱신했다.


다시 들어간 물속. 지난 수업에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건만, 몸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25미터 레인의 끝은 여전히 멀기만 했고, 숨이 차올라 번번이 완주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를 예감이 들었다. 초급반 동료 대부분은 이미 화려한 날갯짓 같은 접영을 배우고 있었고, 나와 어느 중년 신사분만이 여전히 자유형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는 아직 초보의 단계라 말하겠지만, 자유형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물과 나 사이의 가장 원초적인 사투이자, 동시에 조화를 요구하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킥판에 의지해 몇 차례 물길을 가른 뒤, 마침내 판을 내려놓고 오직 내 몸으로만 물에 안겼다. 그때 강사의 결정적인 조언이 귓가를 스쳤다.

“발을 크게 차지 말고, 짧고 빠르게 자주 차세요.”


나는 그 말을 곧바로 몸의 언어로 번역해 실행에 옮겼다. 허우적대며 힘겹게 나아가던 몸에, 이전과는 다른 팽팽한 추진력이 실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자력으로 25미터 레인의 끝에 손을 뻗었다. 생애 첫 완주였다.


타인의 눈에는 그저 서툰 초보의 발버둥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오리발을 끼고 수백 미터를 유유히 왕복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기록보다 대견하고 벅찬 순간이었다. 타인의 속도가 아닌, 오롯이 나의 성취만으로도 마음은 깊은 만족으로 차올랐다.


이제 나는 머지않아 25미터를 왕복할 날을 꿈꾼다. 그다음은 100미터, 또 그다음은 200미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제법 물과 친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일, 그토록 정직한 보상을 만나는 경험은 살면서 그리 흔치 않다. 세상 모든 일이 운동처럼 투명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오늘 내가 쏟아낸 노력과 연습은 증발하지 않고, 내 몸 어딘가에 보람이라는 무늬로 새겨졌을 것이기에.


운동이 선물하는 이 행복한 바이러스를, 나는 아주 오래도록 내 삶 속에 배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