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라이딩 1일차

겨울의 끝에서 마주한 봄의 전령

by 청일


겨울의 끝자락, 머지않아 봄이 올 것임을 예감하던 시기였다. 나는 남도를 지나 대마도로 라이딩을 떠났다. 혹시라도 숨어 있는 봄꽃을 제일 먼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는 기대를 품고 길을 나섰다.


여정의 시작은 부산이었다. 전날 밤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 대마도행 배에 몸을 싣기 위해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3박 4일의 일정이었지만 짐은 단출했다. 자전거 여행에서 무게는 곧 고통이기에 최대한 짐을 덜어냈지만, 묵직한 카메라 한대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어깨를 누르는 무게보다 찰나의 풍경을 놓치는 아쉬움이 더 클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마도 선착장에 발을 내딛자마자 페달을 힘껏 밟으며 목적지로 향했다. 낯선 풍경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멈춰 서고 싶은 장면이 나타날 때마다 나는 기꺼이 가방을 열어 카메라를 꺼냈다. '관심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매 순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대마도는 작은 섬이지만 속살이 깊었다.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이름 모를 비경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나는 그 경이로운 풍경들을 렌즈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섬의 길은 인내를 시험하듯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국토 종주와 동해안 일주로 다져진 근육은 오르막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쯤 나타나는 터널은 '고지가 멀지 않았다'는 위로의 신호였다. 그 어둠의 입구를 마주할 때면, 남은 오르막을 오르는 발걸음은 역설적으로 가벼워졌다.


길은 바다를 품었다가 다시 산으로 숨어들기를 반복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기어이 봄을 찾아냈다. 매화와 벚꽃, 동백, 그리고 수줍게 고개를 내민 진달래까지. 아직 추위에 움츠려 있을 거라 생각했던 꽃망울들이 마을 어귀에 줄지어 피어 나를 반겼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피어난 벚꽃은 라이딩이 내게 건넨 가장 눈부신 선물이었다.

물론 여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바람은 여전히 칼끝처럼 매서웠고, 세찬 비까지 쏟아졌다. 비바람을 뚫고 오르막을 오르느라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여벌의 옷을 준비하지 않은탓에 입고온 옷을 세탁을하고 방에서 말렸다. 건조한 방안이 다습한 상태로 바뀌어 있을것이다


라이딩이 아니었다면 결코 닿지 못했을 풍경들이 있기에, 오늘의 고단함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비바람 속에 만난 봄의 징후들을 되새기며, 내일의 길 위에서 마주할 또 다른 경이로움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