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라이딩을 마치며

메멘토 모리, 길 위에서 읽은 삶의 풍경

by 청일



여행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긴 여정이라 했던가.

3박 4일, 대마도의 가파른 고갯길을 온몸으로 받아냈던 라이딩이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다. 아침 7시 30분, 히타카츠 국제여객터미널로 향하는 이른 시간의 공기는 차분했다. 짐을 챙겨 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여정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보람이 실려 있었다.


히타카츠까지는 버스로 2시간 30분. 이틀 동안 자전거 체인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힘겹게 올라섰던 길을, 기계의 힘은 허무할 만큼 빠르게 되감아 갔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오르막, 그 끝에서 구원처럼 나타났던 터널, 끼니를 찾기 위해 골목을 헤매던 시간들까지.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지난 이틀간의 여정을 천천히 복기하는 한 편의 파노라마였다.

엔진 소리에 묻혀버린 두 시간 반의 이동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위에서만 허락되는 자연의 속삭임과 삶의 결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향나무 숲 사이를 가르며 달리던 그 상쾌하고 짜릿한 순간들은 오직 내 근육의 힘으로 얻어낸 값진 수확이었다.


길 위에서 마주한 대마도의 풍경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을 어귀마다 자리한 망자들의 거처였다. 우리처럼 산 깊은 곳이 아니라 산 자들의 일상 곁에 머무는 그들의 자리.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삶의 태도를 읽었다. 자연과 함께 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삶. 그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생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온 히타카츠는 처음의 설렘 대신 차분한 평온함으로 나를 맞이했다. 승선 전 마지막 점심으로 들른 라멘집.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라이딩의 끝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마침표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대마도와 대조적이었다. 푸르고 투명했던 하늘 대신 뿌옇고 탁한 공기가 도시를 덮고 있었다. 그리움이 밀려올 틈도 없이 우리는 남포동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활기와 점포 사이에 빼곡히 늘어선 포장마차, 골목을 채운 진한 음식 냄새가 잠자던 식욕을 깨웠다.

떡볶이와 오징어무침, 부침개와 만두. 빨간 양념이 밴 음식을 한입 베어 물자 비로소 속이 시원하게 풀렸다. 일본 음식의 정갈한 간장 맛도 좋았지만,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는 이 매콤하고 칼칼한 고춧가루의 힘이 어울린다. 어딘가 2% 부족했던 감각이 채워지며, 비로소 완전한 귀환의 맛이 느껴졌다.


부산에서의 1박과 대마도에서의 3박 4일. 이번 라이딩은 내가 경험한 코스 중 가장 많은 오르막을 품은 길이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자연이 내어주는 기후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오르막에서는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며 달린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의 에너지가 되었다.


내 라이딩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고, 힘겨운 여정 끝에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페달을 밟는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이 세상의 더 많은 풍경을 읽어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