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나간 길에서, 배웅이 되어버린 벚꽃 엔딩

사월이니까 사랑하겠어 임현주전 - 지미 갤러리

by 청일



취미 강좌를 듣는 장소가 갤러리여서 수업을 할때 마다 그림들을 감상하기도하는데 오늘 갑작스레 새로운 그림을 조우했다.

화사하면서도 동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마주하는 순간, 봄앓이를 하던 나의 가슴이 기분 좋게 풀리며 따뜻해졌다.


그림의 주된 소재는 ‘집’이었다.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옹기종기 그려진 집들은 마치 정겨운 골목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담벼락 너머로 집집마다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 마음이 절로 푸근해졌다.


큰 집과 작은 집,

빨간 지붕과 파란 지붕


저마다의 색과 모양을 지닌 집들은 그 안에 담긴 각양각색의 사연을 조용히 풀어내고 있었다.

작은 창문 너머로는 가족들의 다정한 대화가 흘러나오고, 단순한 ‘하우스(House)’를 넘어 삶의 온기가 깃든 ‘홈(Home)’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다채로운 색채로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유독 발길을 붙잡는 작품 한 점이 있었다.

-마중 갔는데 배웅되는 벚꽃 엔딩-


옅은 분홍빛 벚꽃이 가득 펼쳐진 하늘 아래, 이미 이별을 고하는 꽃잎들이 바람에 실려 흩날리고 있었다.

봄이면 늘 짧은 인사를 뒤로한 채 황급히 떠나버리는 꽃들에 대한 아쉬움이, 그 제목 속에 너무도 절묘하게 스며 있었다.


벚꽃이 피어날 때의 설렘도 잠시,

이내 이별의 길을 걷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은 속절없이 허전해진다.


꽃이 필 때 이미 질 것을 걱정하는, 어쩌면 나의 조급한 마음 때문일까.

나는 유독 낙화의 시간이 아쉽고, 또 안타깝기만 하다.


그날 이후, 내게 벚꽃의 낙화는 하나의 계절이 아니라 영원한 이별의 장면이 되었다.

4월의 어느 날, 벚꽃이 지던 날.

병실 앞 정원에 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던 그 순간, 아버지는 조용히 먼 길을 떠나셨다.


그래서일까.

매년 봄, 벚꽃이 지는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오래전 떠나신 아버지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우리의 인생도 벚꽃과 같아서,

피어나는 순간 이미 떠남을 예견하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마지막이 목련처럼 속절없이 시들어버리지 않기를.


차라리 동백처럼,

처연하고도 단호하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조용히 툭 떨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