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B 출판기념전시 마지막날
전시회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어제는 아버지의 산소에 다녀오느라 전시장을 비웠던 터라, 오늘 마주하는 풍경이 더욱 각별하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끝’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유의 아쉬움이 공기 중에 낮게 깔려 마음 한편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많은 분이 걸음을 해주셨다. 갤러리 B의 벽면, 전시된 그림과 책 곁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감상문들이 하나둘 꽃처럼 피어 있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느덧 140편의 이야기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로 다른 색을 지닌 마음들이 글이라는 옷을 입고 나란히 놓인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었다.
이번 전시는 ‘예교리’ 3기와 4기의 책이 동시에 세상에 나오며 시작되었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대개 생소하다는 듯 비슷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책이 나왔는데, 왜 서점이 아닌 갤러리에서 책전시를 어떻게 하나요?”
어쩌면 당연한 물음이다. ‘책 출판 전시회’라는 형식 자체가 우리에게도, 관객에게도 낯선 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책은 단순히 활자의 나열이 아니다. 그림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심상을 글로 풀어낸 내밀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경험했던 그 감정의 파동을,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관람객들도 함께 느껴보길 바랐다.
처음 문을 열던 날, 전시장에는 그림과 책만이 고요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관람객들의 고백이 담긴 쪽지가 벽에 붙기 시작했고, 그 글들은 어느새 전시의 새로운 얼굴이 되어갔다. 우리가 의도했던 전시의 진정한 모습은 인위적인 연출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며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완성된 셈이다.
그리고 오늘, 전시는 가장 충만한 모습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의 묘미는 단연 ‘함께 읽는 경험’에 있었다. 하나의 그림 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각기 다른 감정을 쏟아내고, 또 타인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 같은 그림이 이토록 다채로운 이야기로 변주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전시장에서 직접 글을 써보는 경험은 생경한 일이었을 것이다. 예교리 수업에서 우리가 느꼈던 그 기묘하고도 설레는 감정들, 나를 마주하는 그 낯선 순간을 누군가도 단 한 번쯤은 경험해 보길 바랐던 마음. 그 간절한 바람이 어쩌면 이번 전시를 탄생시킨 진짜 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시간을 통과하며 소중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림이라는 거울을 통해 내 삶을 투영해 보고,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다시금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깊은 행복이었다.
이번 전시가 내 생애 첫 경험이었듯, 앞으로 또 어떤 ‘처음’들이 나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문득 기대가 된다. 마침표는 다음 문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니까.
나는 오늘, 이곳에 남겨진 140개의 마음을 품고 다시 삶의 길 위로 담담히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