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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an 24. 2024

그림과 글이 만나는 색다른 경험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림을 감상하고 그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는데 거기에 그 사람의 인생이 베어져 나왔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었지만 그들 인생의 한 자락을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


장애아를 둔 어머님들이 그들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 재능을 함께 키워주기 위해 만든 어머님들과 장애화가들의 모임인 아르브뤼코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의 초청으로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아내가 전시회에 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는 단지 강릉 겨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강릉행을 합의했던 터였다.


아침 8시 강릉행 KTX열차를 타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아침공기는 영하 10도 기세를 확인이라도 하듯 차갑게 볼을 스쳐갔다.


강릉아트센터에서의 모임이 두시인 관계로 우린 여유롭게 강릉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객차에서 펼쳐본 매거진에 소개된 커피전문점으로 가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곧바로 강문해변으로 달려갔다.

차가운 바닷바람의 위세를 느끼며 다가선 해변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파도의 단면들을 보며

같은 바람에도 다르게 반응하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들이 마치 우리네 인생의 독특한 문양들을 보는듯했다.

최불암 선생님이 소개했다는 횟집에 들러 자연산 잡어회와 짬뽕물회를 지역 막걸리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오래간만에 바닷가에서 먹는 회라서 그런지 그 맛이 일품이었다.  먹는 즐거움과 겨울 바다의 정취가 어우러져 더없는 행복을 내게 선사했다.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전시실엔 장애우들이 그렸다고 믿기지 않을 그림들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강렬한 색감도 눈에 띄었지만 화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덩어리들이 그대로 그림에 투영된듯했다.

그림에 문외한인 일인이지만 그들의 열정과 특별한 정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김기정 작가의 좋은소식 찾아왔어요


잠시 후 임지영 작가분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이런 전시회라고 예상도 못하고 온 터라 적잖게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에 와닿은 그림 하나를 골라 그 그림에서 느낀 바를 글로 간단히 적는 일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림에 대한 평가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쉽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함께한 자리에는 장애화가와 그의 어머니도 함께해서 작가가 보고 느끼는 그림의 감상평도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두 작가의 감상평을 동의를 얻어 여기에 올려놓는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동화 속 나라에 사는 듯 순수하고 솔직한 감상평에 모두는 감동의 박수를 쳤다.

조영배 작가의 얼룩말 오스틴과 이장우작가의 평

위는 이미 작가의 반열에 들었고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장우 작가의 마음에 든 그림이며 그의 평이다.

김기정 작가의 타지마할과 감상평


위는 김기정 작가의 본인 그림에 대한 평을 동요처럼 표현한 평이다.


나는 그중 정도운 작가의 별자리 속 숨은 그림 찾기 그림이 마음에 들어 그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을 짤막하게나마 발표할 수 있었다.

정도운 작가의 별자리 속 숨은 그림찾기 그림속에는 세상을 달리한 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다.마치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별이 되기 위해서다.

스스로 빛나는 별!

그 못다 한 꿈을 죽어서는 별이 되어 하늘에 박힌다.

삶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다는 거다.

잠시 머무는 삶이지만

무로 끝나지 않고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로

빛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누군가에게 이처럼 한 화가의 가슴으로 남겨진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삶이 아니었을까?

천체에 남겨진 이들 삶의 궤적을 헤아려본다.

세분의 작가와 어머님들 그리고 임지영 작가님과 함께한 모습

내게는

평생 처음 느껴보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두 시간이라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다시 한번

경험해 보고픈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임지영 작가와의 첫 만남도 내겐 신선한 경험이었고

작가가 발간한 책도 있으니 꼭 읽어보고 직접 진행하는 수업도 들어볼 예정이다.

발표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정성스레 피드백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인 수업이었고

작가님의 그간의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인연은 이렇게 알 수 없는 곳에서 선물처럼 다가오는 것인가 보다.

마지막 일정은 기차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안목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pup에 앉아서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와 그 파도를 배경으로 연신 행복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겨울의 차가운 생맥주와 안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느꼈던 새로운 경험들을 찬찬히 이렇게 적으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설레임으로 하루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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